일본이 히로시마(6일)와 나가사키(9일) 원폭 투하 70주기를 맞이했지만 안보법제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리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원폭의 날 평화기념식’에서 발표될 평화선언문에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핵무기 폐기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든 안보 법제에 대한 언급은 없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평화를 위한 구상을 제시해 피폭자의 마음을 확실히 전달한다면 자연스럽게 ‘안보법제가 충분히 논의되길 바란다’는 마음이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반면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평화기념식에서 발표될 선언문에는 “안보 법안의 신중한 심의가 요구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는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인 중의원에서 안보 법제를 원안대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요구로 해석된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일본은 70주기를 맞이해 역대 가장 많은 나라인 100개국 이상의 고위 인사들을 기념식에 초청하는 등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성대하게 행사를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폭탄을 투하한 당사국인 미국의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대사가 부임 이후 2년 연속 행사장을 찾기로 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행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원폭 투하 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일본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와 피폭 생존자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가 이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경남 합천의 한국인 피폭 생존자 마을을 소개하며 이곳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이 80, 90대에 이르지만 일본이 자국민과는 달리 이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나 치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도통신과 한국 원폭피해자협회 등에 따르면 원폭 투하 뒤 한국으로 돌아간 피폭자는 2만명에 이르지만 피폭자임을 인정해주는 건강수첩을 취득한 이들은 이미 사망한 이들까지 포함해도 30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건강수첩을 취득했더라도 일본인 피폭자들과 비교해 보상이나 치료 혜택이 턱없이 열악한 실정이다.
기념식 하루 전인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공원에서는 한·일 학생연합 모임인 ‘성신교류학생팀’ 주최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도하는 행사가 개최됐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日의 두얼굴, 안보법제 언급 없이… “핵무기 없애자”
입력 2015-08-06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