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례대표 제도가 선거구 획정 및 국회의원 정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과 맞물려 정치적 논란 속에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획정을 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현행 비례대표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비례대표 의원 증원에 대해서는 정치학자의 견해나 정치인,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을 달리한다. 여론도 갈린다. 그러나 대부분 동의하는 게 있다. 지금 같은 비례대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19대 국회의 비례대표 수준이라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다는 무용론까지 나온다. 비례대표제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선거구민들의 민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역구 국회의원들보다 좀 더 전문적이고 장기적이며 국가적인 정책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비례대표 중 많은 의원들은 이 같은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는 주로 대선 캠프에 뛰어들었던 친박들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운동권 계보를 잇는 전투적 성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19대 국회에서 그들의 활동상을 보면 같은 당내에서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왜 공천됐는지도 당내에서 잘 모를 정도로 공천 과정도 불투명했다. 게다가 여야를 불문하고 이들 대부분이 비례대표직을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한다. 비례대표 초선을 시작하자마자 내심 다음 선거의 지역구 공천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며, 이를 위해 당 실세에게 줄서거나 전위대를 자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당의 실력자나 계파 보스들은 음성적으로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함으로써 당내 세력 확장의 기반쯤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비판은 여야 내부에서도 거리낌 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니 비례대표들의 제대로 된 국회 활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수준의 비례대표라면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는 게 훨씬 낫다.
과거에도 돈으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는 ‘전(錢)국구’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그런 점은 개선됐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의 수준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현행 비례대표 공천이나 운용 방식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마땅하다. 여야는 20대 총선 전에 국민 앞에 확실하고 구체적인 비례대표 공천 기준을 제시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자질을 유권자들이 검증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 후보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왜 선정했는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게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정치를 개혁하는 방안이다.
[사설] 비례대표의원 質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 급선무
입력 2015-08-06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