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현상’이 계속될 것인지 지켜볼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다가왔다.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7일 오전 10시)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TV토론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막말 퍼레이드로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단단한 지지세로 굳어질지, 아니면 정점을 찍고 거품이 꺼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의 막말 행진 이어질까=폭스뉴스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TV토론회 초청 후보별 무대 배치를 보면 트럼프가 한가운데 서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된 그의 지지율은 26%로 나머지 9명의 후보를 압도한다. 2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율(15%)과 3위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의 지지율(6%)을 합쳐도 트럼프의 지지율에 못 미친다.
트럼프를 제외하면 부시 전 주지사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후보들은 지지율 순서대로 트럼프의 좌우로 늘어서게 된다.
마르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 랜드 폴(이상 상원의원),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과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대선 후보로 가는 1차 컷인 10명 안에 들었다. 불과 2주 전에 출마를 선언한 존 카시크 오하이오 주지사도 토론회 초청을 받았다.
후보별 주요 경력을 보면 전·현직 주지사가 5명으로 가장 많고 현직 상원의원이 3명이다. 의사 출신과 기업인 출신이 각 1명씩이다.
토론회의 관심은 단연 트럼프다. 나머지 후보들도 트럼프에 대한 공격 자료를 하나씩 준비한 것으로 전해져 ‘트럼프 대 9명’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소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또 다른 막말이 튀어나올지, 또 그걸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초기 레이스가 좌우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다”=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부정적인 미국 경제 전망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비록 2%대의 성장을 하고, 실업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대부분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이 수년간 정체되고 있어 경제가 좋아졌다고 실감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꼽은 건 ‘경제’(30%)였다. ‘테러’와 ‘헬스케어’(각각 11%)를 꼽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억만장자가 나타나 “수천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유권자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더니 “중국을 박살내고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큰 소리 치자 공화당원들이 열광했다는 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히람대 제이슨 존슨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만의 성공신화를 갖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부자의 재산형성 과정이 납득이 되면 부자를 진짜 좋아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 릭 윌슨은 “문제는 트럼프가 어떻게 자신의 공약을 실천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않았다”며 “토론회에서는 이 부분에 다른 후보들의 공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대선 공화당 예비경선 첫 TV토론회] ‘트럼프 vs 나머지 후보’… 막말 열풍 첫 시험대 오른다
입력 2015-08-06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