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급박하게 진행돼 온 롯데가(家) 경영권 다툼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모두 눈에 띄는 외부활동이나 비방·폭로 등을 자제하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5일 서울 중구 롯데오피스빌딩 26층에 위치한 회장 직무실에 출근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운 지 9일 만의 출근이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귀국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난 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 방문 등 이틀 동안 주요 현장을 돌아다니며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다. 이날은 오전 9시에 사무실에 출근해 각종 보고를 받고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신 회장이 출근 전후로 직무실 근처에 있는 롯데호텔에 들러 34층에 묵고 있는 신 총괄회장과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사무실과 호텔의 거리가 가깝고, 각종 보고 사안 등도 있어 신 회장이 수시로 아버지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실제 두 분이 만났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도 눈에 띄는 외부활동보다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며 조만간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대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귀국한 이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자 전면에 나서 신 회장의 해임을 지시한 신 총괄회장의 사인이 담긴 지시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또 ‘신동빈을 회장에 임명한 적이 없다’는 신 총괄회장의 육성과 동영상도 공개하며 신 회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언론과 일본어로 인터뷰를 진행해 국적논란이 빚어졌고,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발견돼 실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동원한 여론전이나 폭로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면서 향후 추가 공격이나 폭로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곁을 지키며 보다 많은 롯데홀딩스 우호주주를 확보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측이 주총에 대비한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불안한 정중동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물밑에서는 주총에서 승리하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롯데 경영권 분쟁] 싸늘한 여론에… 형제 ‘자제 모드’
입력 2015-08-06 02:13 수정 2015-08-06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