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은 독서광이었다. 1898년 국가전복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아 한성감옥에서 6년간 복역하며 책에 파묻혀 살았다. ‘뉴욕 아웃룩(New York Outlook)’이란 영문서적을 탐독했으며, 동서양의 역사책을 특히 좋아했다. 선교사들이 넣어준 500여권의 책으로 ‘옥중 서적실’을 꾸며 다른 죄수들에게 독서를 권하기도 했다. 이때 다져진 지적 탐구심이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했다. 그는 노년의 대통령 재임 때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위인전을 즐겼다. 어린 시절 ‘나폴레옹 전기’ ‘이순신’ ‘알렉산더대왕전’ ‘플루타크 영웅전’ ‘삼국지’ 등을 읽으며 군인의 꿈을 키웠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폴레옹을 특히 좋아했으며, 청와대 서가에 나폴레옹 관련 서적이 많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 9단에 빗대 ‘독서 9단’이라 불렸다. 1980년대 초 사형수로 2년7개월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독서로 시름을 달랬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의 책을 읽은 덕분에 박학다식했다. ‘독서방법 10계명’을 제시하기도 했다. ‘매일 목표량을 정해놓고 읽어라.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되풀이해서 읽어라. 학술서적과 병행해서 문학작품을 꾸준히 읽어라….’ 청와대에서 나올 때 책만 두 트럭이었으며, 이것이 ‘김대중 도서관’의 모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휴가 때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했다. 미국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가 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 우리나라의 우수성과 가능성이 잘 기술돼 있다고 전했다. 독후감으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시대 대한민국 경영자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라 생각된다.
이에 더해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인 불통(不通)을 해소하는 데 도움 될 만한 책도 읽었으면 좋았겠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소통 강화법’ 같은 제목의 책 말이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대통령의 독후감
입력 2015-08-06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