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또다시 외면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으로 강형주(55) 법원행정처 차장과 성낙송(57) 수원지방법원장, 이기택(56) 서울서부지방법원장 등 3명을 추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조만간 이 중 1명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하지만 후보자 3명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의 고위 법관이라서 누구를 제청해도 ‘서울대 법대·판사·50대 남성’이라는 기존의 대법관 임명 공식은 깨지지 않는다.
인선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겠다며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27명의 대법관 피천거인 명단까지 공개했지만 결국 대법관 구성 다양화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런 우려는 출발 단계에서부터 제기됐다. 피천거인 중 변호사 5명을 제외한 22명이 현직 법관이었기 때문이다.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특히 직역(특정한 직업의 영역)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판사·검사·변호사·학자 출신 등이 골고루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변호사가 후보군에 들어가야 마땅한데도 추천위는 판사 일색으로 후보들을 추렸다.
추천위가 “외부 인사 가운데 대법관으로서의 자질 및 능력과 함께 청렴성과 도덕성 등 모든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오히려 법관 순혈주의를 고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후보자 3명의 이력을 봐도 그렇다. 사법연수원 13∼14기로 사법부 내 정통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담당관·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고 법원장을 역임한 인물들이다. “대법원이 말해온 구성의 다양화가 헛구호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대한변호사협회 성명)는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현재 양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4명 중 검사 출신 1명을 제외한 13명이 판사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은 12명이고 남성도 12명이다. 이처럼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하니 다양한 가치관이 반영될 수 없다. 지난달 주요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반대 의견이 하나도 없는 전원일치 판결이 잇따라 나온 것이 뭘 의미하겠는가. 대법관 구성의 획일화가 보여준 한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설] 왜 대법관 후보는 ‘서울대 출신 남성 판사’ 뿐인가
입력 2015-08-06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