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자 축구 패권이 한반도로 넘어오고 있다.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윤덕여호’는 강호 중국, 일본을 연파했다. 북한도 일본과 중국을 연달아 제압했다. 골 득실차 +3인 북한과 +2인 한국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8일 오후 6시 10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체력을 길러라” 미션 하달=중국전과 일본전 모두 윤덕여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이 돋보인 경기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윤 감독은 고민이 깊었다. 공격 핵심 자원인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29·이천대교)이 빠진데다 베테랑 공격수 유영아(27·현대제철)와 신예 수비수 김혜영(20·이천대교)마저 부상으로 전열에 이탈했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혹서지역인 우한에서 일주일 사이 3경기를 치러야 하는 힘든 일정을 감안해 중국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고참 선수들 대신 ‘새 얼굴’들을 내보내 1대 0 승리를 낚았다. 일본과의 2차전엔 베테랑들을 내보내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조소현(27)은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동점골을 넣었고 전가을(27·이상 현대제철)은 후반 추가시간에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 여자 축구는 급격한 전력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변이 좁은 탓에 어디선가 ‘축구 신동’이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결국 조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WK리그 일정으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윤 감독은 대표팀 소집 시간이 줄어들자 아이디어를 냈다. 선수 개개인에게 소속팀에서 수행해야 할 훈련 프로그램을 지시했다. 특히 체력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윤덕여호’는 강화된 체력을 앞세워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꿈을 이뤘고 이번 대회에서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빨치산 전술’로 돌풍=북한 여자 대표팀도 무더위 속에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투지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결은 ‘빨치산 전술’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질 때 쓰는 기습 타격이다. 벌떼축구로 상대 체력을 소진시킨 뒤 역습으로 승리를 거두는 게 핵심이다. 탄탄한 조직력과 강한 체력이 필수다.
북한 여자 대표팀은 일본과의 1차전에서 전반 일본을 지치게 하고 후반에만 3골을 넣어 4대 2로 이겼다. 중국과의 2차전에서도 2-2로 접전을 벌이던 후반 24분 결승골을 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북한은 몇 년 전부터 축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2013년 6월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를 열고 전국 각지에서 남녀 축구 꿈나무 200여 명을 선발해 집중 육성 중이다.
또 북한축구협회는 매년 유·청소년 유망주 40명을 선발해 유럽으로 연수를 보내고 있다. 과감한 지원을 받은 북한 여자 축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아시아 여자 축구 패권 한반도로… 동아시안컵, 남·북한 나란히 2연승
입력 2015-08-06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