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박인비, 우즈 전성기 성적 안부럽다

입력 2015-08-06 02:03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한 박인비(가운데)가 5일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골프 꿈나무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다. 박인비는 7일부터 사흘간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연합뉴스

2008년 6월 US오픈에서 타이거 우즈는 아픈 다리를 질질 끌고 91홀 연장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한다. 우즈의 14번째 메이저대회 제패였다. 하지만 그 이후 우즈는 성추문과 부상에 시달리며 메이저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 목표인 메이저 최다승(18승·잭 니클라우스)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같은 해 보름 뒤에 열린 US여자오픈. 갓 20세가 된 무명의 박인비가 예상을 뒤엎고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2013년 메이저 우승을 추가하며 ‘골프 여제’로 우뚝 섰다. 7년 정상에서 물러난 우즈와 성별은 다르지만 묘한 세대교체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우즈는 1997년 22세 때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거두며 ‘골프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1999년 PGA챔피언십에 이어 2000년에는 마스터스를 제외한 3개 메이저대회를 연속 석권하며 절정을 맞이한다. 우즈는 4대 메이저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다. 이후 한 시즌 3개 연속 메이저 우승은 아무도 재현하지 못한다.

그런데 2013년 5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재기한 박인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63년만의 대기록을 만들어낸다. 박인비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을 차례도 석권했다. 메이저 3연승을 거둔 나이도 둘이 25세로 같다.

우즈는 2001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2시즌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를 연속 석권하는 기념비적 기록을 세운다. 마땅한 칭호가 없자 언론은 ‘타이거 슬램’이라 불렀다. 우즈는 2002년과 2005년, 2006년에 매년 2승씩 메이저 우승을 추가했다.

박인비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메이저 6승을 거둔 것은 우즈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과거 3년 단위 메이저 성적을 보면 우즈도 단 한차례 2000∼2002년 6승을 거뒀다. 박인비는 2013년 이후 열린 14개 메이저대회에서 6승을 쓸어 담아 승률이 42.9%에 달한다. 우즈보다 13세 어린 박인비가 앞으로 어떤 기록을 세울지 주목되는 이유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