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2등상인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이 13일 개봉된다. 임 감독은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했던 어머니, 백화점 의류판매장과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해 온 여동생, 보험설계사로 감정 노동직군에 몸담은 형수의 삶을 생각하며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었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3년간 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에서 65명을 인터뷰했다. 1970년대 방직공장과 봉제공장의 ‘공순이’, 미싱 대신 콜센터 수화기를 들고 감정노동을 하는 현재의 ‘콜순이’, 자신이 만드는 옷의 소매가격이 한달 봉급에 버금가는 동남아 의류공장 노동자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터뷰어들은 “세상 노동자 중 어느 누가 성실하게 일하지 않느냐” “열심히 일하는데 이대로 잘살 수 있는 게 맞나”고 묻는다. 눈을 가린 소녀(사진), 하얀 천으로 머리를 싸맨 사람들, 사람이 내뱉는 단어에 따라 통째로 바뀌는 화면의 색깔 등이 실험적이지만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세상과 현실에 대한 은유를 드러내는 추상적인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임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서 “노사문제나 노동의 현실을 지적하는 정치적인 영화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생존과 가족, 꿈과 행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노동의 가치를 고민하고 공유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5세 관람가. 95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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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위로공단’ 8월 13일 개봉
입력 2015-08-06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