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비엔날레. 올림픽은 4년마다 개최되는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이고,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글로벌 미술축제다. 스포츠와 예술은 장르는 각기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스포츠는 훈련과 기록 등 육체적인 것을 매개로, 예술은 감성과 이성 등 정신적인 것을 매개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둘 다 불굴의 노력이 동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승화시킨다는 취지에서 2013년 시작된 ‘평창비엔날레’ 두 번째 행사가 강원도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생명의 약동’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23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개막해 12월 6일까지 16개의 공간에서 전시된다. 자연과 어우러진 국제 미술행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문화적 관광산업의 토대를 구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막식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황효창 조직위원장, 길종갑 운영위원장, 이재언 예술감독, 김영준 한호 박성남 작가 등이 참석해 분위기를 띄웠다.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생명의 약동’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주제 전시에는 한국작가 28명과 중국 일본 브라질 미국 영국 등 해외 13개국 작가 22명이 참여해 회화, 조각,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제1회 평창비엔날레는 급조된 졸속 행사라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축하하고 한국의 문화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짧은 준비기간 주먹구구식 운영과 검증되지 않은 작가 선정 등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었다. 그 여파로 올해 비엔날레 예산이 12억원으로 지난번 행사에 비해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올림픽과 연계해 비엔날레가 열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한국은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으로 ‘비엔날레 공화국’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평창비엔날레의 경우 ‘올림픽 비엔날레’의 특징을 잘 살려 나간다면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어떻게 운영의 묘를 꾀하느냐에 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예술 행사는 어차피 이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도 이름값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해서도 안 된다. 누구의 실적용으로 비엔날레가 운영된다면 올림픽이 끝난 후 곧바로 없어질지도 모른다.
‘포스트 박수근’ ‘DMZ 별곡’ ‘힘 있는 강원’ 등 특별전으로 구성된 평창비엔날레는 다른 문화행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8월 6일까지), 평창스페셜뮤직페스티벌(8월 7∼11일), 춘천막국수축제(8월 25∼30일), 평창효석문화제(9월 4∼13일), 정선아리랑제(10월 9∼12일) 등이 줄줄이 열린다. 그러나 이를 활용한 기획이 부족하고 여름철 피서객을 끌어들이는 홍보도 별로 없어 아쉽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2007년 작품을 구입하면서 유명해진 김영준 옻칠명인은 이번에 원형 자개 작품을 내놓았다.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틈나는 대로 관람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그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비엔날레는 평창올림픽을 문화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유럽과 중국 등 해외 순회전도 필요하다. 정부와 강원도의 적극적인 의지가 관건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내일을 열며-이광형] 평창올림픽과 비엔날레
입력 2015-08-06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