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시코 재팬(패랭이꽃·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애칭)’을 꺾어 버린 대포알 프리킥. 전가을(27·현대제철)은 과연 한국 여자 축구의 보물이었다.
‘윤덕여호’는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전가을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워 일본을 꺾고 2연승을 내달리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한국은 4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차전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2연승을 달렸고, 일본은 2연패에 빠졌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4승8무14패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 맞대결 전적에선 3승1무2패로 우위를 점했다.
고참 선수들은 지난 1일 중국과의 1차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고심 끝에 정설빈(25)과 이민아(24·이상 현대제철) 이금민(21·서울시청) 등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언니들은 벤치에서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동생들은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강호 중국을 1대 0으로 격파했다. 언니들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생들에게 미안했다.
사흘 후 이번에 언니들이 가세했다. 27세 동갑내기로 대표팀의 주전인 권하늘(부산 상무), 조소현(현대제철)은 중원을 지켰다. 중국전에서 결승골을 꽂은 정설빈은 원톱으로, 이민아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좌우 날개로는 이금민, 강유미(24·KSPO)가 다시 출격 명령을 받았다.
선발진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한국은 떨어진 체력과 더위 때문에 경기 초반 몸놀림이 좋지 않았다. 반면 베스트 11에 대폭 변화를 준 일본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은 전반 30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일본 수비수 나카지마 에미가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낮은 오른발 슈팅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권하늘을 빼고 장슬기(21·고베 아이낙)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또 공수 라인을 끌어올렸다. 한국의 동점골은 후반 9분에 나왔다. 조소현은 중원에서 볼을 잡아 드리블로 치고 들어간 뒤 아크서클 부근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문을 활짝 열었다. 조소연은 골을 넣은 후 부상을 당한 심서연(26·이천대교)의 유니폼을 들고 흔들며 쾌유를 비는 세리머니를 했다.
윤 감독은 후반 32분 이금민을 불러들이고 전가을을 내보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가을은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강력한 프리킥을 날려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골이었다. 전가을은 “열심히 뛰어준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프리킥으로 골 넣은 내 개인적인 의미보다 팀을 살린 것에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8일 오후 6시 1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3차전에서 2005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윤 감독은 “마지막까지 선수들과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며 “남은 북한전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가을은 “북한이 강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게 괜히 올라온 것이 아니다”며 “승리를 맛보면서 계속 승리하고 싶고, 우승하면 10년 만인데 그 역사에 우리가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전가을의 환상 프리킥 일본열도 침몰시켰다
입력 2015-08-05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