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현장 챙기고 정통성 과시하고… 신동빈, 내부 다잡기

입력 2015-08-05 02:43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가운데) 등 롯데그룹 사장단이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은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귀국 직후 거침없는 경영행보로 후계구도 장악에 본격 돌입했다. 집토끼 잡기에 나선 신 회장의 행보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든다’는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롯데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애국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신 회장이 3일 귀국 후 곧바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간 것은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으로 틀어진 부자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자식 된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롯데그룹 측은 껄끄러웠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대외적인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이후 신 회장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제2롯데월드타워 건설은 신 총괄회장이 30년 가까이 추진해 온 필생의 꿈이 담긴 숙원사업이다. 신 총괄회장은 평소 ‘죽기 전에 반드시 건물의 완공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자주 전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롯데는 전력을 기울여 공사를 진행해 왔다. 신 회장은 첫 현장 방문지로 이곳을 선택해 ‘신 총괄회장의 뜻을 성실히 받드는 후계자’의 모습을 부각시킨 셈이다.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 방문 후 면세점으로 이동해 롯데가 경기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4일에는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방문해 신입사원들과 만났다. 제2롯데월드타워 방문이 아버지의 사업을 성실히 계승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오산연수원 방문은 롯데의 미래를 이끌 신입사원들을 소중히 여겨 롯데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들이 이날 신 회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권 옹위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신 회장은 이어 롯데가 계발을 계획 중인 경기도 동탄 신도지 부지를 돌아봤으며, 롯데 수원몰을 방문해 입점시설도 살펴봤다. 또 그룹 핵심 임원들과 향후 경영권 다툼 관련 대응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또 한국적인 애국심을 내세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차별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신 회장은 신입사원에게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는 진통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의 뿌리가 국내에 굳건히 내리고 있음을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입국 뒤 공항 기자회견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는 질문에 “롯데 매출의 95%가 국내에서 이뤄진다. 한국 기업이다”고 강조했다. 일본어 인터뷰로 비난을 받은 신 전 부회장과 달리 한국어로 인터뷰한 것도 한국인으로서의 각인과 함께 애국심을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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