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기술이 없다면 무기 선진국 요구에 끌려가고 기술종속도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홍용(61)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각국마다 핵심 군사력을 자국 기술로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데다 선진국들은 첨단기술의 이전과 판매를 극히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보호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 때문에 독자 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주국방력 확보에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ADD는 6일 창설 45주년을 맞는다. 1970년 8월 우리 기술로 만든 무기를 생산하겠다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출범했다. ADD는 소총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없던 출발점에서 이제는 K-9 자주포와 북한 전역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까지 자체 생산하고 있다. 군이 보유한 무기 가운데 171종이 국산 기술로 만든 것이다.
국산무기 개발에 따른 경제효과도 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소(STEPI)는 올해 초 ADD가 지난 45년간 투자한 무기개발비용(25조4000억원)의 11.7배인 297조6000억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KT-1 기본훈련기를 터키와 페루에 판매하는 등 방산 수출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K-21 보병전투장갑차와 K-11 복합소총 등의 결함으로 곤욕을 치렀다. 정 소장은 “섣불리 ‘명품’이라고 홍보해 비판을 자초했다”고 반성했다. 무기체계는 지속적인 성능 개량으로 진화적 발전을 해야 한다. 독일 명품 전차 ‘레오파드’는 30년간 9차례 성능개량을 했다. 이런 과정이 필요한데도 개발하자마자 명품이라 한 게 문제였다. 정 소장은 “미운 오리새끼처럼 보이는 K-21, K-11 등을 ‘백조’로 재탄생시키겠다”고 했다.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구원 한 명이 수행하는 사업은 크게 늘었지만 인력 충원이나 연구개발비 지원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구 1만명당 연구 인력이 4명인 데 비해 한국은 0.5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ADD는 지난 4월 ‘개념연구센터’를 설치해 미래전장 환경에 맞는 군사전략과 첨단무기 개발을 연계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 소장은 육사 33기로 수도기계화 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후 전역한 군에서 손꼽히는 전략전문가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기계공학석사, 아주대에서 네트워크중심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인터뷰] 창설 45주년 맞는 국방과학연구소 정홍용 소장 “자주국방은 독자적 핵심기술 확보해야 가능”
입력 2015-08-05 02:28 수정 2015-08-05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