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한국 ‘현실 타개’ vs 할릴호지치-일본 ‘현실 부정’ vs 페렝-중국 ‘현실 인정’

입력 2015-08-05 02:40
왼쪽부터 슈틸리케 한국 감독,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 페렝 중국 감독.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중·일 외국인 사령탑의 리더십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진중한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은 1차전에서 ‘만리장성’을 넘은 뒤 자신감에 차 있다. 그에게 한국 대표팀은 축구 인생의 종착역이다. 한국 축구에 ‘올인’하는 이유다. 그의 행보는 경기장이나 훈련장 밖에서 더 돋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역 시절 상대 선수의 거친 태클로 무릎을 다쳤다. 그 때문에 아직도 걸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주말마다 ‘원석’을 찾기 위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은 물론 챌린지(2부 리그)와 대학축구 경기 등을 보러 다닌다. 국제대회 참가와 휴가를 제외하고 지난 7개월간 차량으로 이동한 거리가 1만40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렇게 발굴한 김승대(24·포항 스틸러스)와 이종호(23·전남 드래곤즈)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 2일 중국전에서 나란히 데뷔골을 터뜨리며 펄펄 날았다. ‘슈틸리케의 키즈들’은 이번 대회에서 유럽파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선수들을 조련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끊임없이 포지션별 경쟁을 유도한다. 언제든지 기회를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훈련에 앞서 “중국전처럼 누가 잘했다가 아니라 다같이 열심히 잘해서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일 (선발 멤버를) 보면 감독이 선수들 전체를 신뢰하는지, 일부 선수를 신뢰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5일 오후 7시20분 ‘영원한 맞수’ 일본과 2차전을 벌인다.

다혈질인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은 북한과의 1차전에서 1대 2로 역전패를 당한 뒤 기자회견에서 변명만 늘어놓았다. 그는 “우리는 3일 전에 이곳에 도착했고 상대는 몇 주 동안이나 준비를 했다”면서 “체력 때문에 졌다. 실망스럽다”고 선수들을 질타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부임 후 패스를 바탕으로 한 일본 축구에 강한 피지컬과 투쟁심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체력과 정신력에서 북한에 모두 밀렸다.

반면 냉정한 알랭 페랭 중국 감독은 1차전에서 한국에 0대 2로 완패한 후 “감독인 내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 일본의 실력 차에 대해서도 모두 인정해야 한다”고 몸을 낮췄다. 중국 선수들을 더욱 주눅 들게 한 말이었다. 페랭 감독은 지난 1월 열린 호주 아시안컵에서 유연한 전술 변화와 실리축구로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북한을 연파했다. 비록 중국은 8강에서 탈락했지만 상대를 걷어차기에 급급했던 ‘소림축구’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축구팬들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페랭 감독은 아직 중국이 아시아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축구를 육성하고 있고 프로축구도 급성장을 하는 만큼 중국은 경계할 만한 대상임은 분명하다. 중국은 5일 오후 10시 ‘다크호스’로 떠오른 북한과 2차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