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무덤’ 멕시코… 사진기자, 고문 후 살해

입력 2015-08-05 02:50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사진기자 루벤 에스피노사의 장례식 도중 동료 사진기자들이 카메라를 숨진 동료의 무덤 옆에 내려놓으며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8명. 2000년 이후 멕시코에서 피살된 언론인의 숫자이다. 여기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유명 사진기자 루벤 에스피노사(31)도 포함됐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3일 멕시코시티의 묘지에서 열린 에스피노사의 장례식은 동료 기자와 가족, 시민들의 눈물과 분노로 뒤범벅이 됐다.

동료 사진기자들은 카메라를 공중으로 던지며 그를 추모했다. 에스피노사의 비석에는 “너는 우리의 눈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정의를 요구하는 너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적혀 있었다.

2일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멕시코시티 거리를 행진하며 언론인 살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멕시코 동부 베라크루스주의 주간지 프로세소의 사진기자였던 에스피노사는 멕시코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인권운동가 나디아 베라 등 4명의 여성과 함께 머리에 총탄을 맞은 채 발견됐다. 손이 묶인 이들은 죽기 전 고문을 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에스피노사는 베라크루스의 지역사회 운동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며 치안 부재 등을 이유로 집권여당 제도혁명당(PRI) 소속인 하비에르 두아르테 베라크루스 주지사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동료들은 그가 2013년 베라크루스주 경찰들로부터 구타당했으며 최근에는 두아르테 주지사의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로세소의 라파엘 로드리게스 카스타네다 편집장은 “두 달 전 에스피노사가 멕시코시티로 이주한 것은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미행을 당하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세계에서 언론인들이 가장 위험에 노출된 나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베라크루스주가 최악이다. 국제 언론인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멕시코 전역에서 발생한 언론인 피살 사건 88건 중 17건이 베라크루스에서 일어났다. 특히 2010년 두아르테 주지사 취임 이후 이 지역에서 10명이 피살됐다.

배병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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