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인권 보호에 힘써온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2) 미국 연방대법관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예방했다. 미 연방 대법관의 방한은 1987년 산드라 오코너 전 대법관 이후 28년 만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양 대법원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한·미 양국의 사법제도와 양형기준에 관해 의견을 나웠다. 인권 수호를 위한 대법원 역할의 중요성에도 공감대를 가졌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젠더’라는 용어를 컬럼비아대 교수 시절 본인이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일화 등을 오찬 자리에서 소개했다. 로스쿨 졸업 당시 미 연방 항소법원에 여성 법관이 없었던 사정 등 여성 법조인의 삶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지명으로 연방대법관이 됐다. 미 연방대법관은 사망하거나 자진 퇴직하지 않는 한 임기가 평생 유지되는 종신직이다. 그는 낙태 시술 금지에 반대 의견을 내고, 소수인종 대학입학 우대 정책에 찬성하는 등 소수자 보호를 중시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등 미 연방대법관 9명 중 대표적인 진보 성향 대법관이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이날 방명록에 ‘한국 대법원의 환영에 감사한다. 우리의 공통 목표인 정의가 이곳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알아가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3일 오후 방한한 긴즈버그 대법관은 4박5일 동안 한국에 머무른다. 소수자 보호와 인권, 양국의 상고심 운영현황 등을 주제로 5일 김소영 대법관과 대담 형식의 강연을 갖는다. 같은 날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을 만날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긴즈버그 美 연방대법관, 양승태 대법원장과 만나… 한·미 사법제도·양형기준·소주자 보호 등 논의
입력 2015-08-05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