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이단아… 한국 인디음악 20년

입력 2015-08-05 02:43
노브레인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장미여관
우리나라 인디음악은 ‘드럭’ ‘롤링스톤즈’ 등 서울 홍익대 거리의 클럽에서 시작됐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아 자기들끼리 음악을 만들고 지하의 작은 클럽에서 공연을 했던 크라잉넛은 대표적인 1세대 인디밴드다. 시작은 미약하다 못해 음습했다. 클럽에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크라잉넛은 그 시절을 “망보면서 몰래몰래 공연하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인디음악은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양지로 올라섰다. 한 때 범죄였던 클럽공연은 이제 ‘클럽문화’로 인정받고 있다. 1세대 인디밴드로 꼽히는 크라잉넛, 언니네 이발관, 노브레인, 델리 스파이스, 황신혜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내귀에 도청장치 등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초창기 펑크록, 모던록 중심이었던 인디씬은 10년이 흐르면서 다양해졌다.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장미여관처럼 독특한 색깔을 가진 인디밴드들은 마니아층을 뛰어넘어 대중에까지 친숙해졌다. 여성 뮤지션들이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요조, 타루, 한희정 등은 홍대 여신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페퍼톤스, 재주소년, 국카스텐,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색깔 있는 밴드들이 등장했다.

2015년 인디씬은 어느 때보다 다채로워졌다. 지금 대세는 힙합이지만 포크, 일렉트로닉, 레게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악과 포크를 접목시킨 음악도 있고, 장르를 국한시키기 어려운 밴드도 여럿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 참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혁오도 ‘이런 음악을 한다’고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디스코를 기반으로 하지만 밴드 음악을 하고 있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도 독특하고도 핫한 인디 밴드 중 하나다. 옥상달빛,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어쿠스틱 콜라보, 짙은 등 한 데 묶기 힘든 밴드들이 인디씬에 모여 있다.

인디밴드가 메이저로 넘어가는 일도 종종 생겨난다. 언더나 오버의 개념을 넘나들면서 음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밴드 혁오는 에픽하이 타블로가 만든 새 레이블 하이그라운드에 영입됐다.

공연 수요가 많아지면서 설 수 있는 무대도 늘었다. 클럽공연이나 소극장 공연을 넘어 일부 인기 밴드는 대규모 콘서트까지도 가능해졌다. 사전 검열도 없어져서 예전보다는 자유로운 음악 환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인디음악을 하는 것은 ‘배고픈 일’이라는 게 정설이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