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호사·판사 유착 끊는 재판부 사건재배당 바람직

입력 2015-08-05 00:43
서울중앙지법이 재판장과 연고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 사건과 해상작전헬기 도입 과정에서 금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처장 사건은 당초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재판부가 정해지자 엄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이자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이상원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고, 김 전 처장은 재판장의 고교 동문인 최종길 변호사를 선임해 논란이 됐었다. 이에 법원은 3일 두 사건을 아무 연고가 없는 형사합의22부와 23부로 각각 재배당했다.

법원의 조치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적극 활용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은 지난달 20일 재판부와 연고 있는 변호사가 선임돼 재판 공정성 등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배당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예규를 8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연고 관계의 변호사란 재판부 판사의 고교 동문, 대학(원) 동기, 사법연수원(로스쿨) 동기 등을 말한다. 이번 재배당은 합의 이후 처음 이뤄진 사례로, 법조계 병폐인 전관예우와 연고주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재판은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고위 공직자 출신 피고인들이 재판장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전관예우와 연고주의의 힘을 믿고 재판부에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다행히 법원이 이런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어 반갑다. 최근 대법원이 기존 판례를 바꿔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동일한 취지다. 전관예우 등이 사법 불신의 원인인 만큼 앞으로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조계가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들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