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국면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행보에 집중되면서 신동주(사진)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말 그룹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이후 연이은 폭로를 통해 이번 사태의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신 회장 해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신 총괄회장의 육성과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하며 신 회장을 압박했다. 언론 인터뷰에 나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한 자신감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도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에 머물던 신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입지가 크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신 회장은 3일 귀국 후 곧바로 아버지와 만나 화해를 시도했고,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챙기기에 적극 나서며 건재한 경영권을 과시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 기댄 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에서 해임돼 경영권이 없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신 회장은 4일에도 신입사원들과 만나며 국내 경영권 다지기 작업을 계속했다. 신 전 부회장과의 대결을 ‘경영인 VS 비(非)경영인’ 구도로 몰고 가 후계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다. 신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시전략을 쓰고 있다.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한 달여 만에 만난 3일 자리에서도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에게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답답한 상황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일본으로 돌아가 주주들을 설득하고 주총을 열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 신 총괄회장 곁을 지키다 보니 한국에 발이 묶인 채 오가지도 못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신 회장이 아버지의 신뢰까지 회복한다면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나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 전 회장의 편에 섰던 일가족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과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별다른 도움이 못 되고 있다. 신 회장이 귀국하면서 롯데그룹 전체가 신 회장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당장 롯데 계열사 사장들은 이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세를 결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상황에 대해 “당분간 아버지 곁에서 신 회장의 활동을 지켜봐야만 하는 고립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뾰족한 대응책도 없어 더욱 갑갑한 심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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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5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