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후계 전쟁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롯데가(家) 일족들이 등장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남동생 신선호(80) 일본 산사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맏딸인 신영자(73)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5촌 조카인 신동인(6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직간접적으로 후계 전쟁에 깊숙이 발을 담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다. 재계 5위의 그룹 지배권을 둘러싼 분쟁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인물들이 막후 실세인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신선호 사장은 반(反)신동빈 진영의 좌장이자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사장은 그룹 내 구체적인 직책이 없다. 한국 롯데그룹이나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을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는지도 알려진 게 없다. 신 사장은 그동안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아들(신동빈 회장)을 때렸으며, ‘나가’라고 소리쳤다” “(한국말을 못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을 좋아하는 한국적인 사람”이라는 등의 내용을 자처해서 브리핑해 왔다.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얘기들이다. 이런 언론플레이가 오히려 롯데그룹 사태를 막장드라마로 몰아넣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신영자 이사장의 역할 역시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달 롯데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신동주 체제에 따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지분 0.74%, 롯데제과 2.25%, 롯데칠성음료 2.66% 등을 가진 대주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전·현직 임원들을 불러 모아 ‘줄 세우기’를 시도할 수 있는 근거는 결국 신 총괄회장의 맏딸이기 때문이다. 신동인 대행 역시 지난달 말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하면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지고 있지 않다. 이들 외에 추가 등장인물들도 예고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5)씨와 서씨의 딸인 신유미(32) 롯데호텔 고문 등도 주목받는 인사들이다.
롯데그룹이 전근대적인 황제·족벌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는 데는 이들 일가의 ‘활약’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4일 “일반적으로 재벌가 내부의 일은 외부로 잘 알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번 롯데 사태는 참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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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5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