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창균] 가계빚 채무자가 해결해야

입력 2015-08-05 00:20

최근 새로운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됐다. 길게 잡아 지난 10여년에 걸쳐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꾸준하게 문제가 제기돼 왔고 여러 차례 정책적 노력이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새 대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난제 중의 난제임은 분명하다. 반복되다보니 때가 되면 발간되는 보고서같은 느낌이지만 소득을 상환능력의 핵심지표로 삼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원칙을 확립한다고 하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지금까지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을 보면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취할 수 있는 예외적인 조치들을 제외한다면 정책당국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이미 다 쓴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국민 여론이나 언론 논의를 유심히 살펴보면 정부가 해법을 제시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과신에 불과하며 정부도 문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러한 방안이 있었다면 끊임없이 제기된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았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이유로 그간의 논의에서 애써 무시되거나 외면됐던 문제와 직면할 시점이 되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채무자가 빚을 갚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채무자가 상환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거나 상환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 정도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원은 가계가 소득보다 많은 지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므로 해결책도 소득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 채무를 상환하는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소득을 늘리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므로 결국 지출을 줄여 채무를 상환하는 수밖에 없을 것인데 우리나라 가계의 지출구조를 살펴보면 가계의 채무 상환의지와 능력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산층의 상당수가 소득의 30%가 넘는 금액을 사교육비에 지출하고 가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서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살펴볼 일이다. 빚을 지고 있는 가계가 지출을 줄여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가계부채를 해결하고 파국을 미연에 방지하는 유일하고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가계의 지출구조 개선 노력을 지원하는 장치로 서구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신용상담사(credit counselor) 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용상담사는 평상시에는 가계의 지출과 저축 및 투자 결정에 대하여 조언하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 채무자를 대리하여 채권자와 협상하여 부채상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계의 금융주치의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있음을 본인이 자각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으므로 신용상담사의 조언을 통하여 손쓰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고 가능하면 조기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임은 재론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금융지식이 부족하고 생계에 쫓긴 나머지 본인의 필요와 동떨어진 금융상품을 구매하거나 정상적인 상환이 불가능한 고금리 차입을 결정하는 등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빈발한다. 정부가 바우처를 발급하여 저소득층이 쉽게 신용상담사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