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하는 애플의 첫 번째 제품이 될지도 모른다. 2007년 혁신적인 기능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던 아이폰과 달리 애플워치는 기능적인 면에선 기존에 나와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에서 크게 진보하지 않았다. 대신 미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에 눈길이 쏠린다. 비싼 명품 시계의 대체재로서 애플워치는 액세서리 성격이 우선되는 느낌이 강하다. 다른 스마트워치와 기능이 비슷하지만 애플이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IT기기보다는 손목시계=휴대전화가 등장한 이후 손목시계는 기능적인 면에선 수명이 다했다.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목시계가 사라진 건 아니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저렴한 손목시계는 어떨지 몰라도 값비싼 시계는 오히려 시장이 점점 커졌다. 시계가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장신구가 다양한 여성과 달리 선택의 폭이 적은 남성들은 시계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했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정체성을 이 지점에다 맞췄다. 애플은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을 영입해 애플워치 디자인을 맡겼다. 디자인을 애플워치의 차별점으로 삼은 것이다. 애플워치는 사진을 볼 때보다 실제로 착용했을 때 더 보기가 좋았다. 시계 모서리 부분은 곡면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유리 부분과 금속 부분이 매끈하게 연결된다. 애플워치는 요즘 나오는 스마트워치처럼 원형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곡선의 부드러움을 잘 살린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애플워치의 가격은 가장 싼 애플워치 스포츠 모델이 43만9000원이고, 최고급 모델인 애플워치 에디션은 2200만원이다. 가장 비싼 모델은 국산 중형차 한 대 값에 달한다. 스마트워치로 선뜻 지불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뒤집어 말하면 애플워치를 차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고급 편집매장인 분더샵 청담에서 판매하는 것도 명품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애플워치는 반드시 필요한 IT기기라곤 보기 힘들다. 애플워치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 아이폰에 있는 기능을 더 원활하게 쓸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액세서리로 좋은 시계를 원하면서 동시에 스마트워치 기능이 있는 제품을 원한다면 애플워치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하지만 세련된 기능=애플워치의 기능은 기존의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화나 메시지를 받을 수 있고, 카카오톡, 이메일 등 각종 알림을 손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운동량이나 심박수도 측정할 수 있다. 기능 자체는 유사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세련됐다.
가장 돋보이는 건 음성 인식 서비스 ‘시리’(Siri)의 진화다. 애플워치에 탑재된 시리는 음성 인식률이 많이 향상됐다. 아주 어려운 발음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정확하게 인식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이폰이 주변에 없어도 음성으로 문자나 카카오톡 답장을 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애플워치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터치’ 기능은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애플워치를 ‘톡톡’ 두드리면 상대방에게 그대로 ‘톡톡’하는 느낌이 전달된다. 애플워치 화면에 손으로 메시지를 그리면 그대로 상대방 애플워치에 뜬다. 사용자의 심박수를 상대방에게 진동과 함께 그대로 전달할 수도 있다. 문자로만 의사소통을 하는 스마트폰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형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 배터리 사용 시간을 18시간이라고 밝혔다. 전화, 메시지, 시간 확인 정도의 용도로만 쓰면 하루 종일 사용해도 배터리는 넉넉했다. ‘디지털 터치’, 시리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저녁쯤에는 배터리가 아슬아슬하게 남았다. 어느 경우라도 매일 잠들기 전에 애플워치를 충전기에 꽂아야 하는 건 같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IT기기? ‘명품 시계’로 승부한다… “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 애플워치의 명품전략
입력 2015-08-05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