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여야를 막론한 현역의원 ‘물갈이’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차기 총선이 8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기득권 내려놓기’ 여론에 힘이 실리면 원로·중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거세질 개연성이 있다. 거센 인적 쇄신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기서 다음 선거 출마를 고집한다면 지역구민 여러분께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에선 이한구 강창희 손인춘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그의 불출마 선언을 특유의 ‘돌출행동’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현역 의원들의 연쇄 불출마 선언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거의 없다. 다만 영남권에 새 인물이 등장하면 다른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은 나온다. 특히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식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인 국민공천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의원들이 경선에서의 승패 가능성을 헤아려본 뒤 먼저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총선처럼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 안팎에서 중진 용퇴론이 거세게 일 경우 당사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출마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여권 텃밭인 TK(대구·경북) 중진이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급한 쪽은 새정치연합이다. 당 혁신위원회 출범 이후 다선·호남·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 등을 겨냥한 ‘불출마론’ ‘적진 차출론’이 등장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선당후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면 아래서 맴돌 뿐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현역의원 교체지수가 나오면 인적 쇄신 흐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정배 신당’ 창당 움직임도 부담이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
[이슈분석] 김태호,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현역의원 물갈이 신호탄?
입력 2015-08-04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