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커리어 그랜드슬램] 메이저 첫 출전 고진영, 박인비 관록에 역전패

입력 2015-08-04 02:49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한 순간 한쪽에선 고진영(20·넵스·사진)이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고진영은 3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3타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박인비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는 고진영이 해외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처음 출전한 대회였다. 그것도 메이저대회다. 사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 경험을 늘리기 위해 참가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우승이 다가오자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왔다. 결국 고진영은 박인비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셈이다. 공동 1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12번홀까지만 해도 이글 1개와 버디 2개 등 나무랄 데 없는 경기를 펼치며 단독 1위로 앞서갔다. 그런데 13번홀에서 그린 주변에 있는 공을 놓고 웨지로 어프로치하려던 마음을 바꿔 퍼트를 든 게 화근이었다. 공은 핀에 크게 못 미쳤고 보기를 범했다. 평정심을 잃은 고진영이 16번홀에서 날린 세컨드샷은 그린 앞 해저드에 빠지고 말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우승에서 멀어졌다.

고진영은 경기 후 스코어 기록지를 제출하면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래도 이내 마음을 추스른 뒤 “이대로 돌아가도 좋다. 너무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번홀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