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40개월째 흑자 행진하는 등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흑자’에 반가워야 할 것 같지만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입이 훨씬 적은 데 따른 불황형 흑자로 우리 경제가 점점 골병이 들어가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6월 국제수지(잠정)’에서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21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전달보다 41.1% 늘며 2012년 3월 이후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523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국제유가 하락 등 요인으로 인해 올해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인 9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황형 흑자의 그늘 강화되나=현재 한국 경상수지 흑자의 비결은 수출 확대가 아닌 수입 감소에 있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것이다.
6월 상품수지 흑자는 전달 91억6000만 달러에서 132억2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수출은 493억7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2.0% 감소했지만 수입이 360억8000만 달러로 17.3%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정보통신기기와 승용차, 기계·정밀기기 등 수출은 증가했지만 가전제품, 선박 및 석유제품 등 수출이 감소하면서 상반기 수출은 2789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축소됐다.
수입 감소는 유가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올 초 40∼50달러로 급락했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현재 상황을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해 말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수입 감소에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이 섞여 있어 불황형 흑자라고 판단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국내 소비 부진과 투자 감소로 수입이 줄었다면 불황형 흑자라고 볼 수 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크고 물량 기준으로 봤을 땐 수출과 수입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심각한 수출 부진=문제는 수출 부진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한국 주력 수출품목 13개 가운데 10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감소했다. 석유제품(-28.1%) 가전(-17.5%) 석유화학(-17.2%) 무선통신(-16.0%) 섬유류(-12.2%) 자동차부품(-10.7%) 등에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감소했다.
수출은 유가 하락 등 일시적 요인 외에 글로벌 경기시장 둔화 등 구조적 요인도 자리잡아 더욱 어려움을 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5.5%)을 제외하고 일본(-17.6%) 유럽연합(-14.7%) 동남아(-9.7%) 중국(-2.1%) 중동(-5.1%) 등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향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최소한 연말까지 수출 증가율 확대가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평균 수출액이 지난달 18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18억30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고, 수출물량이 6∼7월 증가했지만 지난달 수출물량에는 선박 수출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 조선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의 둔화가 지속되는 점도 국내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꼽았다.
◇원화 약세가 수출에 숨통 틔울까=유일한 희망은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원화 약세 추세다. 6월 말 달러당 1100원 선을 맴돌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사이 1170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4.6%나 하락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원화환율 급등세, 금융불안 우려보다 수출개선 기대’ 보고서에서 “최근 원화 약세로 악화 추세이던 일본·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다소나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6월 말 100엔당 900원을 밑돌던 원·엔 환율은 7월 말 950원 선으로 올라섰고, 한때 1200원 아래로 내려갔던 원·유로 환율도 최근 1270원대로 반등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한국경제 위기 속으로 빠지나… 40개월째 이어가는 ‘불황형 흑자’
입력 2015-08-04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