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킹의혹 해소와 국가기밀 보호 함께 이뤄내야

입력 2015-08-04 00:40
국가정보원에 의한 내국인 해킹 의혹과 관련, 여야가 국회 정보위원회 중심으로 진상을 규명키로 했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의혹 부풀리기에 주력하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감싸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르겠다. 국리민복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을 추구하는 우리 정치권의 무책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럴 바에야 국회 차원의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간의 여야 정쟁으로 이미 중요 국가기밀이 새어나갔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을 200여 차례 이용해 북한의 무기거래와 외화벌이 경로를 추적조사하고, 중국 마약범죄까지 수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북한을 비롯한 우리의 사이버전 상대국에 알몸을 보여준 꼴이다. 정쟁을 중단하지 않는 한 언제 어떤 고급정보가 더 새어나갈지 모를 일이다. 정보위가 6일 실시키로 합의한 국정원·전문가 기술간담회를 계기로 논란을 끝냈으면 좋겠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국정원의 자료제출 거부를 이유로 간담회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어 안타깝다. 51건의 자료삭제 및 복구와 관련된 필수자료 6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불가 입장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담회에 참석해봤자 별 소득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새정치연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바 아니지만 간담회 보이콧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정원이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데는 핵심 국가기밀 사항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두 차례나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으로서 국가기밀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이 왜 해킹논란 중단을 요구했겠는가.

국정원의 경우 내국인 해킹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 간담회에서 진상을 솔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유출 우려 때문에 사전 자료제출이 어렵다면 간담회 현장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많은 자료를 내놓고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기밀자료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따라 참석자 전원에게 누설하거나 공개하지 말 것을 엄정하게 요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