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커피 한 잔 할 시간에, 책 한 권을 읽는다?… 인문학, 소책자로 현안에 대응한다

입력 2015-08-04 02:14

커피 한잔 값으로 사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동안 다 읽을 수 있는 인문서가 나왔다. 대안연구공동체라는 인문학 모임에서 기획한 ‘작은 책 시리즈’가 그것이다. 현안에 대한 인문학의 순발력 있는 대응, 저비용 출판, 소책자 문화 등을 목표로 한 실험으로 출판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시리즈의 첫 주제는 메르스 사태다. 메르스 사태를 다룬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장의준)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김재인)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문병호)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제’(서동은) 등 4권의 책을 발간했다. 저자들은 모두 철학박사들로 각각 이데올로기, 국가, 공감, 권력관계 등의 측면에서 메르스 문제를 논한다.

책 한 권의 가격은 6000원으로 책정됐다. 할인과 적립 등을 받으면 실제 소비자 구매가는 5100원 정도로 커피 한잔 가격에 해당한다. 각 권은 시집 사이즈에 60∼90쪽으로 만들어져 집중한다면 한두 시간 내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책 기획에서 출간까지 걸린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원고 집필은 1주일에서 보름 사이에 완료됐다.

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는 작은 책 시리즈에 대해 “인문학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며 “그러다 보니 인문학이 사회 현안이나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뒤늦게 발언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이 대중의 외면을 받는 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달 중 메르스 사태에 대한 4권의 책이 추가로 더 나온다”며 앞으로도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게릴라식 출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