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행에 성공한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의 계보를 잇는 음악영화 2편이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의 노래를 들려주는 ‘러덜리스’(사진)와 1960년대 전설의 그룹 비치 보이스의 음악을 선사하는 ‘러브 앤 머시’다. 지난달 9일 개봉된 ‘러덜리스’는 장기 상영되며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고, 지난 30일 개봉된 ‘러브 앤 머시’는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러덜리스’는 광고기획자 샘(빌리 크루덥)이 총기사건으로 아들 조시를 잃는 것으로 시작된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샘은 조시가 만들고 부른 곡들의 CD와 가사노트를 발견한다. 샘이 아마추어 뮤지션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클럽에서 조시의 노래를 부르자 이를 들은 청년 쿠엔틴(안톤 옐친)이 함께 음악을 하자고 제안한다. 상처를 안은 샘과 뮤지션을 꿈꾸는 쿠엔틴이 음악을 통해 치유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줄거리는 특별할 게 없다.
방향타 없는 배처럼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뜻하는 ‘러덜리스(Rudderless)’는 극중 샘과 쿠엔틴의 밴드 이름이다. 잔잔한 통기타 포크송부터 흥겨운 밴드 음악까지 이들이 들려주는 선율이 귀에 꽂힌다. 중반에 등장하는 반전이 이 영화의 묘미다. 후반부에서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지, 부모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엘 코언 감독의 ‘파고’로 인상을 남긴 배우 출신 윌리엄 H 머시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관람가. 105분.
‘러브 앤 머시’(감독 빌 포래드)는 비치 보이스의 1966년 명반 ‘펫 사운즈(Pet Sounds)’가 탄생하기까지 뮤지션 브라이언의 모습을 보여준다. 브라이언은 비치 보이스의 곡을 쓴 작곡가이자 리더로 친동생, 사촌, 친구 등으로 구성된 멤버를 이끌었다. 비치 보이스는 이름 그대로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살아 숨쉬는 청춘을 노래하는 음악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년 후 브라이언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소리들로 인해 24시간 보호를 받으며 지내는 신세다.
관객에게 감동을 느끼도록 강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드라마를 전개하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브라이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소음과의 전쟁,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의 갈등, 이로부터 브라이언을 구원해내는 여인과의 관계를 담담하게 펼쳐 나간다. ‘서핀 유에스에이(Surfin’ USA)’ ‘서퍼걸(Sufer Girl)’ ‘코코모(Kokomo)’ 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조화롭게 녹아들어 흘러나온다. 존 쿠삭이 중년의 브라이언을 그럴듯하게 연기했다. 15세 관람가. 121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올 여름 다양성 영화 대세는 ‘음악’… ‘러덜리스’ ‘러브 앤 머시’ 관객몰이
입력 2015-08-05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