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에서 와이프까지 ‘엄정화’여서 설득되는 이야기… 로맨틱 코미디 영화 ‘미쓰 와이프’의 엄정화

입력 2015-08-05 02:49
영화 ‘미쓰 와이프’에서 독신 변호사와 가정주부의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하는 엄정화. “꿈같은 운명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휴머니즘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했다. 서영희 기자
능력 있고 도도한 ‘골드미스’에서 아이 둘 딸린 아줌마로 갑자기 인생이 바뀐다면? 13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의 스토리는 사실 말도 안 된다. 잘 나가는 변호사가 교통사고로 죽음에 이르러 천계(天界)의 제안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감수성 예민한 관객이라면 살짝 눈물까지 흘리게 된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설정이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주연배우 엄정화(46)의 연기 덕분이다.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는 쾌활하게 웃다가도 금세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는 변덕스런 모습이었다.

“시사회 반응이 두려웠는데 제 연기에 대해 너무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즐겁죠. 배우로서 이런 얘기 듣는 게 행복해 눈물이 나려고 해요.”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선 따뜻한 가족 얘기여서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고. 그런데 극중 공무원 남편 역을 연하의 송승헌(39)이 맡는다기에 “너무 잘 생긴 배우여서 비교되면 어쩌지?”하고 걱정했단다. “승헌씨가 그동안 좀 센 배역을 많이 했는데 아내를 끔찍이도 아끼는 남편을 자연스럽게 잘 했어요. 로맨틱 코미디의 커플 호흡이 환상적으로 척척 잘 맞았습니다. 하하.”

두 가지 캐릭터의 연기를,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혼자 이끌어나가는 역할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살아온 환경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갑자기 적응할 수는 없잖아요. 언제, 어떻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느냐가 관건이었죠. 영화가 코미디로 시작해 반전을 거쳐 휴먼드라마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존재가 큰 역할을 한 거 같아요. 그게 가족이 아닐까요?”

화려한 독신 변호사에서 생활밀착형 아줌마로 운명이 바뀐 연우는 걸핏하면 짜증을 낸다. 그러다 아내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남편과 엄마의 건강을 위해 비타민을 사주는 아들에게 감동받아 점점 마음의 문을 연다. 엄정화는 자칫 신파조로 흐르기 쉬운 드라마를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코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그의 엄마 역할은 여러 번째다. ‘오로라공주’(2005) ‘마마’(2011) ‘몽타주’(2013)에서 모성애를 표현했다.

“그동안 늘 가슴 아픈 엄마 역할이었죠. 이번에는 아이들과 저녁에 놀아주고 요리도 하고 잔소리도 늘어놓는 엄마여서 즐거웠어요. 순애보 같은 마음을 지닌 남편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런 가족이라면 결혼하는 것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영화는 연우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반전을 맞는다. 엄정화는 목이 잠긴 목소리로 “제가 워낙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데 이 대목에서 계속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 돌아오거나 꿈에서 깨어나 진정 소중한 것이 뭔지 깨닫게 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1990년 가수로 시작해 92년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중견 영화배우의 위치를 점했다. 영화계에 바라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외국에는 여자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 많은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여배우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내세울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대작이 즐비한 여름철에 개봉하는 것에 대해 “원래 5∼6월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메르스 때문에 밀렸다”며 “제작진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작은 영화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니 많이 보러 오시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눈빛이 촉촉해지는 그에게서 영화에 대한 간절함과 진정성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15세 관람가. 125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