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헬렌 헌트와 윌리엄 H 메이시가 감독으로 나섰다. 배우로서는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어떨지.
영화는 ‘집체(集體)적 창작물’이다. 문학이나 음악, 미술 작품이 특정 개인의 창작품인 것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영화는 ‘감독의 예술’로 불린다. ‘히치콕의 영화’니 ‘큐브릭의 작품’이니 하는 식으로.
그래선지 감독을 지향하는 배우들이 많다. 물론 단순한 명예욕보다도 ‘내가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이 큰 동인(動因)일 수 있다. 일찍이 찰리 채플린으로부터 시작된 이런 움직임은 면면히 이어져 남녀를 불문하고 이름 깨나 있다는 배우들치고 감독 메가폰을 잡아보지 않은 이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그중에는 감독으로 인정받은 이들도 꽤 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워런 비티, 케빈 코스트너, 멜 깁슨은 아카데미 감독상, 벤 애플렉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는 몇 편 만드는 데 그쳤을 뿐 줄기차게 연출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두 차례나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그는 이제 단순한 배우 겸 영화감독이 아니라 ‘거장’으로 추앙받는다.
성공하기보다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기를 쓰고 감독에 도전하는 배우들. 하나도 성공하기 힘들거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그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시도 자체만으로 그 용기가 부럽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1) 두 마리 토끼 잡기
입력 2015-08-04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