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롯데家,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입력 2015-08-03 03:44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가족에 대한 폭로전과 흠집 내기까지 불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 전 부회장은 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이 지난 7월 중국에서 1조원의 사업 손실을 낸 데 격노해 신 회장을 때렸다고 밝혔다. 한국 재계서열 5위 그룹의 총수가 아버지인 창업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주장이 총수의 형 입에서 나온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께서) ‘보통이라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든다. 아키오(신동빈 회장)에게 배상을 받아라. 교도소에 넣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신 전 부회장을 선임했다는 내용의 임명장과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 및 한국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육성 녹음도 신 전 부회장이 폭로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해임하기 위해 고령의 신 총괄회장을 비행기에 태워 일본으로 향하기도 했다.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과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에 대해 “신동주 체제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몫 떼 가려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비난했다. 신 회장 측은 또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대목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93세의 신 총괄회장에 대해 “총기가 넘치고 건강하다”고 설명해왔다.

이와 관련해 형제가 후계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버지를 끼고 분투를 벌였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올해 초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일본 롯데그룹 내 주요 임원직에서 모두 해임됐다. 당시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주로 한국에 거주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가 예산을 초과해 일본 롯데에 수억엔 정도의 손해를 끼쳤는데 동생(신 회장)이 아버지에게 왜곡된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신 회장 해임을 시도하기 이전에 아버지를 찾아가 사죄했고, 신 총괄회장과 교감을 나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신 회장이 이끄는 롯데가 중국에서 최근 4년간 1조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이 강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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