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나를 배제하려는 신동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입력 2015-08-03 03:41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아버지이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사진) 총괄회장이 2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을 통해 KBS·SBS에 공개한 영상에서 “롯데그룹과 관련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먼저 신 회장에 대해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어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면서 “신 회장에게는 어떠한 권한이나 명분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영상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으로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신 총괄회장은 의자에 앉아 종이에 적은 내용을 읽으며 줄곧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신 전 부회장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경우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로 복직시키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지난달 6일 신 회장을 만나 타협을 시도했지만 “(신 회장이)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 측이 고령의 총괄회장님을 이용해 왜곡되고 법적 효력이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그룹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 회장은 3일 귀국, 공항에서 그룹 회장으로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적극적인 경영권 강화 활동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 총괄회장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및 신 총괄회장이 경영권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이 벌이는 기싸움은 점입가경 양상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결국 주주총회 표 대결과 소송전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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