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성추행’ 교육청 감사팀 내홍

입력 2015-08-03 02:05
서울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남자 교사들의 여교사·여학생 성추행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내홍에 휩싸였다. 진실을 규명해야 할 감사관실 직원들이 서로 알력다툼을 벌이고 있어 ‘조사가 제대로 되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K감사관은 일요일인 지난 26일 오후 2시 피해 여교사 4명을 면담하면서 감사팀원 2명에게 면담조사에 배석하라고 지시했다가 거부당했다. 팀원들은 감사관이 술을 마시고 조사하려 해 배석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K감사관은 “면담 전 개인적인 점심자리에서 막걸리를 서너잔 마신 사실은 있다”면서도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해당 여교사들에게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정상적으로 면담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K감사관은 이번 성추행 사건을 맡은 감사팀에 시민감사관을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가 역시 직원들에게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알려지자 지난 6월 개방형 직위 공모로 임용된 변호사 출신 K감사관과 교육청에 오래 근무해온 감사관실 직원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관실 직원들이 상급자를 ‘길들이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속히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이 학교 교장을 오는 3일부터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교장은 지난해 2월 남자 교사의 여교사 성추행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교육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교육청은 교장을 직무 유기로 경찰에 고발했다. 회식 자리 등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교장은 성추행과 성희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