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헛돌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를 국민이 선출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정치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주장하는 여당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선 권역별 비례대표제만이 정답이라는 야당이 서로 귀를 막고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어서다. 범주도, 무게감도 다른 사안을 놓고 서로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는 결국 ‘표 계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당초 진지한 토론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여야=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의원 정수 증원 절대 불가’ 논리로 확실하게 빗장을 쳤다. 현행 정수(300명)를 유지해서라도 실시하자는 야당 제안에도 시큰둥하다. 의원 수 늘리기 주장으로 스텝이 꼬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코너로 모는 동시에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장우 대변인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의원 정수 확대는 어떤 꼼수의 명분을 달아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자체는 매우 훌륭한 제도지만 현행 대통령제보다는 이원집정부제와 궁합이 맞는다”며 “제도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적시성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런 입장은 현행 제도가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4월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한 ‘19대 총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적용 예상 결과’ 보고서를 보면 새누리당은 전체 304석 중 141석을 얻는 것으로 돼 있다. 총선 때 실제 얻은 152석보다 11석이 줄어 과반에 못 미쳤다.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새누리당 행태를 “기득권 지키기”라고 새정치연합이 맹비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정치연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밖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사표 방지와 지역주의 완화, 지역 인재 등용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양당 구도를 깨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선관위 분석대로라면 해산된 통합진보당은 총선 때 얻은 13석보다 21석 많은 34석을 차지해 교섭단체가 된다. 117석인 새정치연합(총선 당시 127석)과 합하면 ‘여소야대’ 구도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의원 정수를 369석으로 늘리자고 한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 안을 적용할 경우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20대 총선에 패하더라도 반(反)보수세력과 연대하면 원내 다수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픈프라이머리·권역별 비례대표제 맞교환설도=이런 가운데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맞교환하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두 제도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이 될 것”이라며 “일정 단계가 되면 정개특위 위원들이 대한민국 정치의 백년대계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중대기로에 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여야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위원장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도 “하나는 후보자를 어떻게 뽑느냐의 문제이고, 하나는 권력구조와 맞물려 있는 문제여서 동일선상에 놓고 논의하기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오픈프라이머리’만 외치는 與-‘권역별 비례대표제’만 고집 野… 속셈은 제식구 불리기
입력 2015-08-03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