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女축구] ‘넘버 3’의 넘버 1 슛… 정설빈 벤치설움 씻고 만리장성 넘는 결승골 ‘1대 0 승’

입력 2015-08-03 02:29
‘윤덕여호’의 공격수 정설빈이 1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슛을 날리고 있다. 한국은 전반 27분 결승골을 터뜨린 정설빈의 활약에 힘입어 강호 중국을 1대 0으로 제압했다. 연합뉴스

투혼으로 넘은 ‘만리장성’이었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윤덕여호’가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서 강호 중국을 꺾었다. 그러나 부상 선수가 속출해 비상이 걸렸다.

◇‘준비된 공격수’ 정설빈의 재발견=이번 대표팀의 약점은 믿을 만한 골잡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소속 팀 일정으로, 박은선(29·이천대교)은 컨디션 난조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간 대표팀엔 창끝을 날카롭게 벼려온 정설빈(25·현대제철)이 있었다.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정설빈은 1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1차전에서 전반 27분 골을 넣어 한국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정설빈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중거리슈팅을 날려 골로 성공시켰다.

2006년 A매치에 데뷔한 정설빈은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실력파다. 그러나 늘 지소연과 박은선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정설빈은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에도 출전했지만 교체 멤버였다. 이 대회에서 뛴 시간은 50분밖에 되지 않았다. 골도 넣지 못했다.

캐나다여자월드컵은 정설빈에게 보약이 됐다. 정설빈은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되자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자신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3-4위전 이후 모처럼 A매치 11호골(43경기)을 기록한 정설빈은 경기 후 “월드컵 때 별다른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는데, (마음고생을 하면서) 성장한 것 같다. 상승세를 타서 다음 경기에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상과 더위를 넘어라=하지만 출혈이 큰 승리였다. 우선 든든하게 중원을 지키던 심서연(26·이천대교)이 경기 도중 실려 나갔다. 심서연은 후반 8분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무릎 부위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심서연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주말인 관계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할 수 없어 정확한 부상 정도를 확인하지 못했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31·인천현대제철)는 후반 35분 중국 공격수와 충돌해 5분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갈비뼈를 다친 김정미는 교체를 마다하고 끝까지 골문을 지켰다. 또 미드필더 이금민(21·서울시청)은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됐으며 오른쪽 풀백 김혜리(25·인천현대제철)도 후반 43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윤덕여 감독은 “날씨가 덥고 습도도 높았다”면서 “전력을 100% 가동하지 못했으나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잘해 줬다. 2차전을 대비해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국은 4일 오후 7시 20분(한국시간) 캐나다 여자월드컵 준우승국인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 세대교체 중인 일본은 이날 약한 모습을 보이며 북한에 2대 4로 패했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