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으로 넘은 ‘만리장성’이었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 ‘윤덕여호’가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에서 강호 중국을 꺾었다. 그러나 부상 선수가 속출해 비상이 걸렸다.
◇‘준비된 공격수’ 정설빈의 재발견=이번 대표팀의 약점은 믿을 만한 골잡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은 소속 팀 일정으로, 박은선(29·이천대교)은 컨디션 난조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간 대표팀엔 창끝을 날카롭게 벼려온 정설빈(25·현대제철)이 있었다.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정설빈은 1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1차전에서 전반 27분 골을 넣어 한국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정설빈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중거리슈팅을 날려 골로 성공시켰다.
2006년 A매치에 데뷔한 정설빈은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실력파다. 그러나 늘 지소연과 박은선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정설빈은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에도 출전했지만 교체 멤버였다. 이 대회에서 뛴 시간은 50분밖에 되지 않았다. 골도 넣지 못했다.
캐나다여자월드컵은 정설빈에게 보약이 됐다. 정설빈은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되자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자신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3-4위전 이후 모처럼 A매치 11호골(43경기)을 기록한 정설빈은 경기 후 “월드컵 때 별다른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는데, (마음고생을 하면서) 성장한 것 같다. 상승세를 타서 다음 경기에도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상과 더위를 넘어라=하지만 출혈이 큰 승리였다. 우선 든든하게 중원을 지키던 심서연(26·이천대교)이 경기 도중 실려 나갔다. 심서연은 후반 8분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무릎 부위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심서연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주말인 관계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할 수 없어 정확한 부상 정도를 확인하지 못했다.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31·인천현대제철)는 후반 35분 중국 공격수와 충돌해 5분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갈비뼈를 다친 김정미는 교체를 마다하고 끝까지 골문을 지켰다. 또 미드필더 이금민(21·서울시청)은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됐으며 오른쪽 풀백 김혜리(25·인천현대제철)도 후반 43 다리를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윤덕여 감독은 “날씨가 덥고 습도도 높았다”면서 “전력을 100% 가동하지 못했으나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잘해 줬다. 2차전을 대비해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국은 4일 오후 7시 20분(한국시간) 캐나다 여자월드컵 준우승국인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 세대교체 중인 일본은 이날 약한 모습을 보이며 북한에 2대 4로 패했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동아시안컵 女축구] ‘넘버 3’의 넘버 1 슛… 정설빈 벤치설움 씻고 만리장성 넘는 결승골 ‘1대 0 승’
입력 2015-08-03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