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미병(未病)과 기능의학

입력 2015-08-04 02:57
이재철 반에이치클리닉 대표원장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몇 달 전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병이 될 수 있죠?”

많은 환자들이 병이 든 뒤에 하는 말이다. 대개 별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맘 놓고 지내다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듯이 보이는 반응이다.

그러나 답부터 말하자면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란 없다. 병은 대부분 서서히 진행된다. 구체적인 이상 증상을 나타내기 전까지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의식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결과가 한참 후 질병이란 모습으로 정체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란 얘기다.

질병이 생기고 드러나는 과정은 다음 몇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세포기능이 변화하는 잠복기, △숨어있던 질병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잠재적 만성 증상기, △어떤 질병의 구체적인 증상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나 피로 누적 시 피곤하다든가, 걸핏하면 머리가 아프다든가, 체력이 떨어지는 등의 이상 조짐이 나타나는 시기, △질병이 드디어 본 모습을 드러내는 발병초기 단계 등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 증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만성화되는 단계로 이행된다. 우리가 병에 걸렸음을 자각하게 되는 시기는 바로 이 단계다.

병이 진행될수록 우리 몸은 정상기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병은 가급적 미병(未病)상태,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포착해 예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기능의학’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기능의학이란 미병 상태에서 위험요소를 찾아내 퇴치하고 장차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개선함으로써 건강을 유지시키는 것을 말한다. 발병 전 단계 ‘미병’ 상태인지 여부를 밝히는 검사법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기능의학 혈액검사, NK세포 활성화 검사, 유기산 대사 검사. 중금속 검사, 호르몬 검사, 유전자 변이 검사 등이 그것이다.

일단 병에 걸리면 진단과 동시에 증상 완화를 위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거나,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몸을 못 쓰게 된다거나, 평생 먹을 것을 가려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병 상태에서 장차 생길 위험이 높은 병을 미리 예측, 아예 싹도 틔우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그럴 일이 없게 된다. 미병 상태에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함으로써 우리 몸의 기능이 계속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의학이 날이 갈수록 각광을 받는 이유다.

이재철 반에이치클리닉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