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결국 계열분리로 가나… 복잡한 지분 서로 정리 관측

입력 2015-08-03 02:50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누군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그룹 경영권 다툼의 선례에서 보듯 이번 사태가 결국 양측 간 지분 정리를 통한 계열 분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이 표면화됐을 때만 해도 이번 싸움의 상대방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좁혀졌다. 이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동빈 대 반(反)신동빈’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특히 중국 사업 등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 형제간 다툼에서 출발했던 경영권 분쟁은 부자간 다툼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양측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입국한 신동주·신동빈 친모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중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족들이 신 전 부회장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양측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형제의 친모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 시게미쓰 여사는 입국 목적에 대해 시아버지인 고(故) 신진수씨의 기일 때문에 방문했다고 답했지만 정작 그 다음날 열린 기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채 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대신 시게미쓰 여사는 방한 기간 내내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 34층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방문 시 머물렀던 곳이긴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장남인 신 전 부회장과 남편인 신 총괄회장과 사태 해결을 위해 의견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게미쓰 여사와 그 집안은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모친으로서뿐 아니라 주요 주주로서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측이 계열사 간 그룹의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해 사실상 계열 분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의 경우 계열사별로 두 형제의 지분이 비슷한 만큼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식’으로 정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전 부회장이 13.46%, 신 회장이 13.45%를 보유 중이다.

또 롯데제과(신 전 부회장 3.95%, 신 회장 5.34%) 롯데칠성(신 전 부회장 2.83%, 신 회장 5.71%) 등도 형제가 모두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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