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처음에는 금방 마무리될 형제의 싸움 정도로 보였으나 점차 부자간 갈등으로 비화되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가족들 간 전선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연 매출 83조원에 임직원 10만여명, 80여개의 계열사가 있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대기업 그룹 집단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한심한 짓들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대기업 오너 가족들의 비상식적 행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롯데의 경우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부자, 모자간은 물론 어머니가 서로 다른 형제, 남매와 삼촌들까지 나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기업 안위는 안중에 없이 오직 경영권만 차지하면 된다는 듯 진흙탕 싸움을 서슴지 않는다.
이번 사안은 가족에 기반을 둔 우리 재벌들의 퇴행적 경영행태가 갖는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창업주의 독단적 황제경영, 능력과 무관한 경영권 세습 과정의 갈등 양상이 모두 노출됐다. 문제는 이에 따른 폐단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당장 롯데 입장에서는 제2롯데월드, 면세점 사업 확대 등 현안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임직원들이 불안해하는데 업무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우리 경제에도 악재다. 우선 반기업 정서가 확산될 것이 뻔하다. 여론이 나빠지면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한 광복절 경제인 사면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보는 해외 언론의 부정적 보도도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신인도에 나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식품, 유통, 관광 등 소비성 업종이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과 화학 등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한 지금도 이 부문이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분야들은 기업의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기업 경영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롯데는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영권 분쟁을 계속하는 한 결국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반기업 정서 키우는 롯데 후계다툼 수습 서둘러야
입력 2015-08-03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