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 정수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해 볼만

입력 2015-08-03 00:51
국회가 내년 봄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핵심 과제인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여야 공히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민 뜻보다 당리당략에 치중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의 가장 큰 맹점은 지역편중 현상이다. 13대 총선(1988년) 때 그간의 중선거구제(지역구당 2인 선출)를 폐지하고 소선거구제(지역구당 1인 선출)를 도입한 이후 정당별 영·호·충 편중 현상은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각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의석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선거 때마다 나타났다. 이는 정당이 이념이나 정책이 아닌 지역을 대변하는 기현상을 불렀다. 여야의 극한 대립을 초래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중선거구제로 되돌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은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개헌 때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문제는 이마저도 정개특위 논의에서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행 전국단위 비례대표제의 변형으로, 3∼6개 권역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따로 나누기 때문에 지역편중을 완화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론조사 때마다 국민 지지율이 높은 제도다.

하지만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 혹은 390명으로 늘릴 것을 주장하면서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이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다소 늘리는 게 옳다. 그러나 의원 정수 늘리기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성급한 제의였다. 때문에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마저 퇴색되고 말았다. 의석 확보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면서도 도입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지역구 정수(246명)를 다소 줄이는 대신 비례대표 정수(54명)를 늘려 적용하든가, 아니면 54명에 대해서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생각해봄직하다. 당연히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이 또한 새누리당이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정치개혁을 선도하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검토해보기 바란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논의하면서 석패율제 도입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취약지역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 케이스로 구제함으로써 지역타파에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