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경제학의 대부 김수행 교수 별세

입력 2015-08-03 02:28

‘한국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부’ 김수행(사진)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김 교수는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마르크스주의 연구에서 국내 최고 석학으로 꼽힌다.

성공회대는 김 교수가 지난달 24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31일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3일 밝혔다. 유족들은 미국에서 장례를 마친 뒤 다음 주말쯤 시신을 국내로 옮겨 안장할 예정이다.

1942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대구에서 자랐다. 경북중·대구상고를 나와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성장기부터 가난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시절 일본어로 된 사회과학개론, 경제사, 경제사상사 등을 섭렵했다. 대학원을 거쳐 69년 외환은행에 들어간 그는 72∼75년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며 선진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74∼75년 찾아온 세계적 공황을 목격하면서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런던 근무를 마친 뒤 사표를 내고 런던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82년 한신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이때 경제과학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제도권에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 거점을 만들었다.

89년 “진보적 학문을 배우고 싶다”는 서울대 학부·대학원생들의 지지로 기존 경제학부 교수들의 반대를 뚫고 서울대 교수에 임용됐다. 이후 한국사회경제학회장,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장, 한국경제발전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퇴임할 때까지 그는 서울대의 유일한 마르크스주의 전공 경제학자였다.

김 교수는 박영호 한신대 명예교수, 고(故) 정운영 교수와 함께 한국의 1세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에 속한다. 89∼90년에는 자본론을 국내에서 처음 완역해 출간했다. 이에 대해 “‘자본론’이 금서일 때였는데 서울대 교수가 ‘잡아가려면 잡아가라’며 출판해 버리니 검경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라고 회고했었다. 자본론과 더불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번역했다. 자본주의 연구에 중요한 두 저작을 모두 번역해 학문적인 균형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