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후계 전쟁 최대 변곡점… ‘株의 대결’ 승자는?

입력 2015-08-03 02:46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윤곽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든 경영권 박탈을 원하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를 거부한 신동빈 회장의 갈등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달 28일 신동빈 회장 주도로 열린 롯데홀딩스 긴급이사회에서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것과 관련한 정관 변경이 필요해 주주총회 개최는 불가피하다. 롯데홀딩스는 이미 주주들을 상대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다만 날짜는 못 박지 않았다.

주주총회의 안건도 민감한 사안이다. 신 회장 측은 주주총회 안건을 명예회장 추대와 관련한 정관 개정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주총을 통해 신 회장을 포함한 임원교체를 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임원교체 안건 처리를 위한 주총이 열린다고 해도 어느 한쪽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비상장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에 지분구조와 관련한 문의를 했지만 ‘공개불가’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도 ‘이미 지분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신동빈 회장이 공개를 거부한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확실한 지분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개를 꺼린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초 롯데그룹 분쟁이 불거졌을 때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 총괄회장이 28%, 소규모 포장재 회사 광윤사가 27.65%,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19%를 가진 것으로 추정돼 왔다. 롯데그룹 측은 2일 “신 회장이 광윤사 지분을 제외하고도 본인의 지분과 개인 주주 등을 합해 우호지분 50%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면서 “주총이 열리더라도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이사들이 대표이사인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고, 그 외 지분까지 합치면 우호지분 비율이 최대 60%를 넘는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다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의결권은 신 총괄회장이 대표인 자산관리 회사가 33%, 종업원 지분 32%라고 밝혔다. 자신과 신동빈 회장의 지분은 2%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신에게 우호적인 신 총괄회장 지분과 종업원 지분만 합쳐도 주총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에서 승리하면 현 이사들을 사퇴시키고, 해임된 이사들과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복직시키겠다”고 밝혔다.

주총 개최 시기를 두고서도 양측의 입장은 갈린다. 신 회장 측은 대표이사 정관 변경이 당장 주총을 열어야 할 경영상 시급한 활동이 아니라며 주총에 소극적이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가능하면 이른 시기에 임원 교체를 위한 주총 개최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은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신 회장 주도의 이사회가 순순히 주총 개최를 승인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주총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주총을 미루려 할 것”이라며 “신 회장이 입국을 늦추면서까지 일본에 머무는 것도 보다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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