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정치·이념논리 탈피 분명한 원칙 필요”

입력 2015-08-03 02:42

원자력발전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원전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필요 이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사실'이 아닌 '이념'으로 원전 문제에 접근하는 목소리도 많다. 둘 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원전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7개월 동안 심층 기획 '원전, 우리에게 무엇인가' 시리즈를 진행해 왔다.

2일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국내 원전 전문가 10명에게 원전 정책에 대한 제언을 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이 원칙과 모델이 없고 정치와 이념논리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양산해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벌어진 원전 관련 이슈에서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일관성 없는 정책 집행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월성 1호기의 10년 재가동을 승인했다. 한국 원전 맏형 고리 1호기의 2년 후 가동중단 결정도 같은 달 나왔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첫 가동됐고, 월성 1호기는 그로부터 4년 뒤인 82년 가동을 시작했다. 4년의 차이가 재가동과 영구중단을 가른 셈이다. 하나는 안전성을, 다른 하나는 경제성을 근거로 댔지만 정책 이슈가 정치 논리에 휩싸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원전 2기 신규 증설 계획을 담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한쪽에선 전력수효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고, 원전 증설지 후보로 지목된 삼척과 영덕에선 주민 간 갈등이 빚어졌다.

주요 선진국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원전 비중을 결정했다. 독일은 ‘탈(脫)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선언했고, 대신 비싼 전기료를 받아들였다. 프랑스는 ‘에너지 안보와 수출’을 내걸며 원전 중심 모델을 지향했지만 최근에는 친환경에너지와의 비중 조절을 모색 중이다.

그동안 원전 정책은 정부 주도로 결정되고 집행돼 왔다. 그러다보니 주민수용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갈등비용을 키웠다.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의 방향성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향후 15년 내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중 12기의 수명연장이나 폐기를 결정해야 한다. 원전 찬반 의견이 분명한 국내 현실상 어떤 결정을 내리든 사회적 갈등이 생길 우려가 높다. 정부가 보다 큰 틀에서 원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와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정책의 전환기에 들어선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원전 정책에 대한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원전과 나머지 발전원의 비중 조절, 그에 따른 비용과 경제에 미치는 편익 등을 분석하고 공론화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