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무더위를 이기는 두 가지 방법

입력 2015-08-03 00:20

우리말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표현이 많다. 그중 하나가 ‘무더위’다. ‘푹푹 찐다’라는 표현은 얼마나 적확한지, 김이 펄펄 솟아나오는 가마솥이 바로 연상된다. 단순히 뜨거운 것만이 아니라 습기가 가해지면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의 무더위는 가마솥 안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푹푹 쪄내는 것 같다.

무더위를 이기는 온갖 묘수가 있을 것이다. 에어컨이나 제습기는 물론 도움이 된다. 다만 잠깐뿐이고 온종일 쓰다가는 큰일 나고 몇 날 며칠을 계속하다가는 몸의 리듬이 깨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나름대로 비결이 필요하다. 보양식으로? 피서로? 여행으로?

나의 첫째 비결은 ‘희망’이다. 무더위에 지쳐가는 이맘때가 되면 나는 수시로 ‘보름만 지나면!’이라고 읊조린다. 머릿속에서 그 순간을 그린다. 새벽의 서늘한 바람 한 조각을 느끼면서 이불을 턱밑까지 꼭 끌어안는 그 순간 말이다. ‘아, 바로 이 기분이야!’ 이런 새벽이 되면 낮에도 그럭저럭 견딜만해진다는 것을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이 기분을 맛볼 날이 멀지 않았다. 말복만 지나면 새벽엔 이불이 필요해진다.

나의 둘째 비결은 ‘적극 활동’이다. 이열치열 땀내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낮에는 금물이다. 농부들처럼 아침 열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는 몸을 안 놀린다. 가장 좋기는 저녁 무렵이다. 집에 걸어오기, 텃밭 일하기, 산책하기, 미뤘던 집안일 하기 등, 한 시간여 몸을 움직이면 온몸이 폭포수가 된다. 습기는 물방울이 되고 물방울은 물줄기가 되면서 눅눅하고 끈끈한 기운이 사라진다. 온몸에 쌓였던 독기, 열기, 때로는 한기까지도 일제히 밖으로 나오며 깨끗이 정화되고 새로운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무더위는 이렇게 ‘희망과 적극 활동’ 방식으로 이겨낼 수 있다. 혹시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이 눅눅한 저기압, 끈끈한 기운, 답답하고 갑갑한 기운도 혹시 ‘희망과 적극 활동’으로 이겨낼 수 있는 걸까. 사회적 무더위는 정말 훨씬 더 무덥다.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