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300㎞ 떨어진 라메찹 주 시발라야 지역. 해발 1770m 지대에 있는 시발라야는 네팔의 상징인 에베레스트산 등반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다. 히말라야 산기슭에 위치한 탓인지 일반 사람들은 쉽게 다녀오기 힘든 오지 마을이다.
지난달 30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황용대 총회장을 비롯해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 기장 이주민선교협의회 관계자들이 시발라야 지역을 찾았다. 지난 4월 25일 네팔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무너진 초등학교를 세우고 지역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기장 총회 관계자들은 이날 지역 주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바 리마비 초등학교’ 준공식을 가졌다. 무너진 학교 자리에 반짝이는 양철로 지붕을 올린 학교를 바라보며 주민들은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절망과 공포를 극복하고 재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준공식은 마을 축제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지역 주민들은 황 총회장 등 한국인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고 민속춤과 노래 등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였다. 아이들은 십자가 문양의 교실 창문을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새롭게 단장한 교실에서 뛰어놀았다. 준공식 후 지역 주민들은 슬픔을 잊은 채 덩실덩실 춤을 췄다.
시발라야 지역 책임자인 수바스 라마는 네팔어로 ‘던네밧’(감사하다)을 반복해서 전했다. 그는 “계속되는 여진으로 주민들은 공포를 느끼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라면서 “망연자실한 우리에게 학교를 지어줌으로써 희망을 선사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많은 외국인들이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이곳을 거쳐 갔지만 한국인처럼 직접 찾아와 도와준 이는 거의 없다”며 “한국과 계속 소통하기 위한 ‘한국어 학과’도 설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바 리마비 초등학교 보저 커더까 교장은 “네팔 정부에서 천막 하나 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멋진 학교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네팔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지도자를 양성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 설립은 한국교회와 자원봉사단, 지역 주민들의 3박자로 열매를 맺었다. 지난 5월 초 네팔에 입국한 ㈔지구촌사랑나눔과 기장 이주민선교협의회 관계자, 자원봉사단은 의료봉사와 식수 제공 등 긴급구호 활동을 진행한 후 집짓기 사역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세우는 데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다음세대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지진 발생 후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었다.
네팔에서 20년 넘게 사역해온 김성광 선교사와 그의 소개로 연결된 네팔 사회인민당 K P 올리 총리후보도 학교를 짓는 데 힘을 보탰다. 김 선교사는 유창한 네팔어로 현지인과 소통하는 역할을 했고, 헬리콥터로 지진 피해현장을 둘러보던 올리 총리후보는 김 선교사와 ㈔지구촌사랑나눔 김 대표에게 시발라야와 토세 지역에 학교를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7월 초부터 한 달 만에 시바 리마비 초등학교뿐 아니라 라메찹 주 토세 지역에 ‘스리 사라다 고등학교’도 완공했다. 라메찹 지역에 ‘가우리상커 고등학교’와 러수아 주 꺼르므랑 지역에 ‘에끄따 초등학교’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 선교사는 “학교 건축 현장에 매일 찾아와 관심을 보이고 새벽까지 공사 작업에 동참하는 현지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기장 황 총회장은 “우리 기독교인들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처럼 지진으로 희망을 잃은 네팔인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위로를 전해야 한다”며 “네팔뿐 아니라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한국교회가 세운 이들 학교에서 많이 배출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시발라야=글·사진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멋진 학교 세워준 한국교회에 인재 키워 보답”… 기장 총회, 지진으로 붕괴 네팔 초등학교 준공식
입력 2015-08-03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