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지 110년이 되는 해이다.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가 상호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에너지와 물질의 상관관계를 정리한 ‘E=mc2’라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 원자력발전소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대성이론 110주년에 읽는 국민일보 기획기사 ‘원전 우리에게 무엇인가’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한 언론사가 원자력 이슈와 관련해 7개월 동안 이렇게 깊게 다룬 것은 처음일 것이다. 원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잘 전달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캐나다 미국 핀란드 등 원전이 있는 국가를 직접 방문해 생동감 있는 르포와 인터뷰를 통해 많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일부 지적은 뼈아팠고, 일부는 반갑고 고맙기도 했다. 모두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규제기관의 장으로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적들이었다.
기획기사에서도 결국 ‘신뢰가 답이다’라는 말을 했지만, 답을 알고도 100점을 맞기가 어려운 것이 바로 신뢰 분야다. 지난 2년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느낀 것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다. 절대 강제적으로도 얻을 수 없고, 시간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단숨에 무너지기도 한다.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난제이긴 하지만,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에 거창한 것들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직원들과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가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어떤 질문에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답하라”는 것이다. 원자력시설이 고도의 과학기술의 집약체이다 보니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 용어도 익숙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틈도 굉장히 많으며, 루머와 사실을 구별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결국 원자력 안전규제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안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진실된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사실’이 여론을 이끌어가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심의 과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회의 속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회의에 일반인의 방청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각 원전 지역에 주민, 시민단체, 지자체 공무원, 규제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원자력안전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각 지역의 안전규제 상황을 소식지에 담아 분기별로 배포하고,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쉽도록 블로그, SNS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독립규제기관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4년째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해나가야 할 부분도 굉장히 많다. 그러나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규제 전문가들의 활동을 바라봐 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
[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기고] 신뢰, 결국 소통이 답이다
입력 2015-08-03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