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음악이 뭐냐?” 바비킴은 “벌거벗은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과 같은 음악”이라고 답했다.
있는 그대로의 음악, 속내를 꾸미지 않고 토해내는 음악으로 힙합음악은 존재한다. 어쩌면 이 솔직한 음악은 체면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기성세대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쉽게 용해되지 않는 음악 코드다. 10·20대들에겐 멜로디와 따로 놀아나는 래핑과 직설적이고 저항적인 랩 가사는 이제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다. 힙합음악은 이제 더 이상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따돌림받는 비주류 음악이 아니다. 나아가 패션과 춤, 젊음과 소통, 시대적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힙합음악은 우리 시대의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혁혁한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 우리 음악 산업에서 힙합음악은 젊음을 대변하는 주류 문화로 정착했다.
한 음악 케이블 방송에서 제작된 ‘언프리티 랩스타’는 국내 최초의 여자 래퍼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을 놓고 펼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젊은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여성 힙합뮤지션 ‘치타’ ‘제시’ 등을 배출해냈다. ‘쇼미더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실력 있는 래퍼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힙합뮤지션 ‘더블케이’ 등을 널리 알리며 시즌4를 맞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사회는 힙합 바람이 불었다. 우리는 1996년 해외파 뮤지션들이 국내 음악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힙합음악이 시작되었다. 래퍼 윤미래가 소속된 업타운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월드뮤직으로 전격 스카우트되면서 힙합음악의 위력을 예고했다.
이제 힙합음악은 우리 사회에 문화의 한 단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세대별 간극을 줄이고 소통의 흐름이 쌍방향으로 전개되는 사회를 바라는 기성세대들이라면 힙합문화를 촘촘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즉흥적인 랩 가사가 욕설과 성적수치심, 비인격적 혐오를 드러내 사회적 논란을 수시로 야기시킬 때 힙합을 모르고 어떻게 그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문화공방] (14)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입력 2015-08-03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