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서 ‘장악’… 신동주, 韓서 ‘반격’

입력 2015-08-01 04:00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 경영을 본격화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반면 신동주(61)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신격호(93) 총괄회장의 신 회장에 대한 ‘2차 반격’을 개시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 롯데홀딩스 장악에 나서는 전략을 구사 중인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가족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롯데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싼 ‘왕자의 난’이 갈수록 격화되는 형세다.

신 회장은 지난 27∼28일 1차 왕자의 난 이후에도 계속 일본에 머무르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사업 현황과 향후 주요 사업계획을 보고받았으며, 투자와 매출 향상 계획 마련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인 만큼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의 실적 향상과 사업 확대를 통해 일본 내 주주의 지지와 경영권 승계 명분을 동시에 얻겠다는 구상이다. 신 회장은 또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과 접촉해 우호지분 확보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결국 실적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신 회장이 한국 롯데의 매출을 성장시킨 것과 같이 일본 롯데도 성장할 수 있는 비전과 프로젝트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를 장악한 실권자로서 단기간에 여러 사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향후 열릴 주주총회 등에서 신 회장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능력 있는 후계자’라는 명분 쌓기도 가능하다. 롯데그룹에서는 신 회장이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귀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 인사들도 반격을 개시했다. 신 총괄회장의 여섯째 동생인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이 총대를 멨다. 이날 일본에서 귀국한 신 사장은 부친 기일 모임을 지내기 위해 찾은 서울 성북동 신 전 부회장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총괄회장은) 차남인 신 회장이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지난 28일 ‘쿠데타 진압’을 ‘경영권 탈취’로 규정한 것이다. 신 사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뜻으로는 신동주가 경영권을 갖는 게 맞다. 옛날부터 후계자라고 생각했다”고 신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기일 모임에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 측은 KBS에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임명했다는 문서와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그만두게 했다”는 신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테이프를 공개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이며, 법적 효력도 없고 진위 여부도 가려지지 않아 논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