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대어인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기도 전에 잔뜩 눈독을 들이는 곳이 있다. 바로 KB금융지주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에서 농협지주에 패하는 등 M&A와 인연이 없던 KB는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한 뒤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벌써부터 대우증권을 낚아챌 의지를 보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8월 말쯤 대우증권 매각 절차를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사태로 대우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대우증권은 2000년 산은에 넘어갔다. 올 2분기 현재 산은은 대우증권 주식 43%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현대증권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5000억∼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우증권 자산은 34조9000억원으로 업계 2위 수준이다. 인수자는 인수와 동시에 업계 상위권에 안착하게 돼 매력적인 매물이다. 2분기 당기순이익도 11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127.9% 증가했다. 업계에선 KB금융지주, 교보생명, 신한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중국 금융그룹 시틱(CITIC)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교보생명과 신한금융은 현재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는 비은행계열 강화가 절실한 KB금융이다. 지주 내 은행 비중이 높은 KB는 비은행계열 강화를 위해 M&A에 여러 번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3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NH금융지주에 고배를 마신 뒤 다음번 도전에선 LIG손보 인수에 성공하며 M&A와의 악연을 끊었다. KB는 최근 LIG손보와 함께 인수한 LIG투자증권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실적발표를 보면 KB금융지주 당기순이익 9446억원 가운데 은행 비중은 71%에 달한다. 신한금융이 은행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은 57%로 줄이며 비은행 부문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유지해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순이자마진(NIM)이 낮아지면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KB는 비은행계열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KB손보를 출범한 이후 손보, 은행, 카드 등을 포괄하는 ‘자동차금융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2분기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KB손보 실적이 포함될 경우 비은행 계열사 순익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지주 내에서 손보는 벌써 자산 순위 등에 따라 정해지는 계열사 순위에서 은행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꿰찼다. 인수여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투자증권 김수현 연구원은 “KB가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비은행 자산 비중이 24%로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된다”며 “자본력도 2조6000억∼3조3000억원으로 추정돼 자본조달 여력은 타 인수 후보군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KB금융 “M&A 大魚 대우증권 낚자” 뜨거운 눈길… 인수전 이달말 본격 개막
입력 2015-08-01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