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오는 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하는 '광복 70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를 갖습니다. 평화통일 기도회에 참석하는 국내 주요 교단 지도자들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기도회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국교회는 광복 70주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장종현 총회장=일제식민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 성경에서 70년은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 포로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해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는 해방 후 7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영적으로 퇴보했다. 일제의 박해 속에서도 수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하며 거룩함을 유지하던 교회가 육신이 자유로워지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면서 분열되고 빛을 잃고 영적 방종에 빠졌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교회는 눈물로 회개하며 영적 각성을 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성전을 재건한 것처럼 우리도 한국교회를 영적으로 다시 세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용재 감독회장=우리나라가 과연 건강한 나라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일제강점기 35년과 6·25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복 70년과 분단 70년을 같이 놓고 봤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이다. 우리나라는 통일을 이뤄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나 현 상태를 보면 통일은 요원해 보인다. 한국교회가 함께 하나님께 호소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번 기도회가 그 자리다. 단순히 기도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위한 실천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기도회가 향후 70년을 내다보며 한국교회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분단 70년을 맞이한 한국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정영택 총회장=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회 리더십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이 와도 허둥댈 것이다. 예를 들어 통일 후 북한에 가서 교회를 짓겠다며 각 교단이 경쟁적으로 나선다면 지금과 달라질 게 무엇이겠나. 한국교회가 성장은 했지만 지도자의 품격은 떨어진 상태다. 소속 교회가 하나뿐인데 총회장이 있는 교단이 있고, 6개월 만에 목회자를 양성한다며 광고하는 신학교육기관도 난립하고 있다. 교회 리더십의 품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목회자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다음세대의 신앙교육과 역사교육이다. 그들이 올바른 신앙관과 역사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일운동 창구를 단일화하고, 절대적으로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형집회에 대한 우려도 있고 기대도 있다. 이번 평화통일기도회의 의미는.
△박무용 부총회장=통일은 우리 민족의 문제로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평화통일기도회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교회가 앞서서 기도할 테니 통일을 이루자고 성도와 국민에게 알린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성진 준비위원장=대형집회에 대한 우려는 집회 이후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으면 에너지 낭비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과거 대형집회였던 엑스플로74를 통해 한국교회에 큰 부흥이 일어났다. 당시 사전 준비도 잘했지만 후속조치도 잘했다. 이번에도 평화통일기도회 이후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기도회와 통일교육, 통일일꾼 양성을 지속한다면 이번 기도회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광복 70주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에 대한 각 교단의 입장은.
△장 총회장=백석총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서울·경기 지역 노회의 노회장 및 임원들과 3차례 연석회의를 했다. 수도권 노회에 속한 교회는 물론 참석 가능한 교회들의 당일 오후·저녁예배를 이번 기도회로 대신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정 총회장=평화통일기도회에 적극 협조하기로 총회임원회에서 결의했다. 우리 교단도 서울·경기 지역 교회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방 교회들은 각 지역에서 연합기도회에 참여토록 했다.
△전 감독회장=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연합해 통일을 위한 기도를 드리는 일은 시대적 요구라고 본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모든 이유를 뒤로 하고 참여키로 했다.
△박 부총회장=통일은 민족의 숙원사업이다.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해 기도하면서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갈등을 풀고 연합할 수 있을까.
△장 총회장=하나님께서는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고 하셨는데, 한국교회는 계속 분열하고 있다. 일제식민치하에서도 하나였던 장로교회가 해방 후 70년 동안 200개로 분열했다. 신학과 교리의 차이를 분열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자리다툼, 권력욕, 이기심 등 인간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었다. 회개해야 한다.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통일을 논할 수 있겠나. 다른 사람을 정죄하는 마음을 없애고 다툼과 갈등을 해소하자.
-이번 기도회를 통해 통일기도운동이 확산되기 바라는데 각 교단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박 부총회장=우리 교단에서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두고 북한을 돕기 위해 빵 공장을 세웠으며 밀가루 등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이를 상설위원회로 승격시켜 통일준비위원회로 명칭을 바꿨다. 지금 규정도 만들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통일기금 모금과 탈북자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교단차원에서 통일기도운동을 할 수 있도록 홍보도 할 계획이다.
△전 감독회장=이번 평화통일기도회 이후 서울시내에 장소를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통일기도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통일방안 관련 연구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감리교에는 북한지역 감리교회를 총괄하던 서부연회가 있다. 통일 후 서부연회를 북한에 재건한다는 생각을 갖고 북한 돕기를 20년 넘게 하고 있다. 교단 내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고 통일운동 참여를 독려할 것이다.
△장 총회장=백석총회는 총회장 직속기구로 남북통일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핵심정책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교단에 속한 NGO들과 협력해 탈북자들의 자립과 정착, 북한선교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통일에 대한 다음세대의 관심이 미미한 것 같다. 이들을 위해 어떻게 통일교육을 해야 할까.
△정 준비위원장=교회가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동시에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 3·1운동 당시 국내 기독교인의 수는 전체인구의 3%에 불과했다. 하지만 민족지도자의 절반 이상을 기독교인들이 점했다. 당시 수많은 교회가 일제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이런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통일에 대한 다음세대의 관심을 일으키는 방안이다.
-우리 사회의 소통부재, 사회적 갈등과 대립 등은 평화를 깨는 요소다. 남남갈등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정 총회장=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한 단계 아래 내려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호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무릎을 꿇고 발을 씻기셨던 예수님처럼 해야 한다.
-평화통일기도회와 관련해 한국교회에 당부할 말은.
△장 총회장=모든 교단과 교회가 십자가를 지고 서로 섬기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국교회가 마음을 합해 믿음으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을 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전 감독회장=이번 기도회는 정치적 목적을 갖거나 기독교의 세를 과시하는 모임이 되면 안 된다. 순수하게 하나님을 향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자리가 돼야하며 반드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박 부총회장=한국교회가 이번 기도회에 적극 참여한다면 하나님이 응답하실 것이라 믿는다. 국민에게 통일에 대한 열망을 심어줘야 한다.
△정 준비위원장=기도는 하늘 문을 여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합심해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다. 이번 기도회에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이 동참해 달라.
정리=이사야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Isaiah@kmib.co.kr
[‘광복 70년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준비좌담회] “일회성 기도회 아닌 통일 위한 실천운동 이어가야”
입력 2015-08-03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