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의 원활한 구분과 신속한 배달을 위해 각각의 주소를 부호화한 코드가 우편번호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인구가 늘면서 주소만으로는 우편물을 제때 배달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고안된 것이다. 주소보다는 우편번호만 읽는 게 분류·배달에 있어 훨씬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 알아보기 힘들게 기재된 주소라도 우편번호를 이용하면 쉽게 판독할 수 있어 배달 착오가 줄어든다.
우편번호의 기원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1941년 전시 상황에서 지역마다 식별번호를 부여해 군수물품을 배분한 게 효시다. 1961년 이 번호체계를 정비해 일반 우편물에도 4자리의 우편번호를 쓰기 시작했다(서독·동독 통일 이후 5자리로 개편). 영국은 1959년, 미국은 1963년에 이 제도를 각각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 7월 우편번호 제도를 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968년 7월), 대만(1970년 3월)에 이어 3번째이며, 전 세계적으로 15번째다. 집배우체국의 배달 담당구역을 부호화해 5자리 숫자로 실시했다. 1988년 2월부터는 대형빌딩 등에도 우편번호를 부여하면서 6자리 숫자로 늘어났다.
이게 새 우편번호 시행으로 1일부터 다시 5자리로 변경된다. 앞의 3자리는 특별(광역)시·도와 시·군·구 단위, 뒤의 2자리는 해당 시·군·구를 세분화한 일련번호로 구성됐다. 전국에서 사용하는 번호는 총 3만4000여개다. 도로명주소를 기반으로 국토를 읍·면·동보다 작은 단위로 나눠서 번호를 부여한 국가기초구역 체계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국민 상당수가 새 우편번호 시행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정부가 일단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도로명주소와 마찬가지로 실생활 정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반인은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전자메일이 보편화된 온라인 시대여서 전체 우편물의 97.6%가 각종 금융 고지서 등이다. 아울러 유예기간엔 개인 우편물에 새 우편번호를 안 써도 별 문제가 없다. 주소를 인식해 자동으로 우편물을 분류·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시행 초기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새 제도가 우편업무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한마당-박정태] 새 우편번호 아시나요
입력 2015-08-01 00:10